실리콘밸리 나우

What's going on in Bay Area

지난 한 주간 실리콘밸리에 있었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Aryaka라는 회사로, 간단히 말씀드려 국제간 네트웍을 빠르고 안전하게 공급해주는 회사)의 본사가 Santa Clara에 있는데 매년 영업직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단합대회를 합니다. 이른바 SKO(Sales Kick Off)라고 부르고요, 저는 소속이 일본쪽 sales engineer이긴하지만 우리 회사에 한국어 하는 사람이 없기에 저보러 한국쪽 영업도 하라해서 회사 이벤트에 갔다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기사는 왓츠고잉온 실리콘밸리인데요, 우선 이코노미스트 표 한 개만 보고요. 재미있는게 나와서.

짜잔~ 2025년판 Big Mac Index가 되겠습니다. 맥도날드가서 빅맥 먹을 때 각 나라별로 얼마씩 내느냐.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에 비례하겠지요. 우리나라는 일본, 대만 보다는 비싼데 싱가폴 보다는 싸고,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왜? 표 자세히 관찰해 보시면 알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지요. 물건 품질도 중요하지만 많이 팔려면 싸게 팔아야 하잖아. 그래서 USD대비 아시아 통화는 유럽에 비해 낮은 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래요. 반면 싱가폴은 제조업 중심의 국가는 아니니까 환율 전쟁에서 우리 아시아 국가들과는 좀 다른 위치에 있겠지요.

빅맥 인덱스는 이쯤에서 접고, 자 그럼 이제부터는 실리콘밸리 얘기로.

회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고요, 이 일대의 다른 도시들 -San Mateo, Redwood City, Menlo Park, Palo Alto, Mountain View, Milpitas, San Jose 등등- 을 총칭하여 Silicon Valley라고 합니다. Google, Apple, Nvidia, Meta(Facebook), Cisco등이 다 여기 있어요. 주변 경치는 대략 이래요.

사진 드럽게 못찍었어 미안~

야 사실 사진 찍을 시간이 어딨노. 세일즈 미팅이라 낮에는 회사 비전 소개, 조직별 변화 내용 업데이트, 제품 기능 향상면 분석, 조별 모임 뭐 이런거 하느라 점심도 건물 안에서 먹는데 일단 다섯 시 이후는 또 서로 네트워킹 한다고 자정까지 술 입니다. 백인들은 이런 거 참 잘해. 와인 한 잔 들고 서서 뭐 그렇게 할 얘기들이 많은지. 내가 들으면 있잖아 재미 하나도 없다. 그래도 회사에서 돈 주고 여기까지 불러줬는데 socializing해야지. 나는 회사 politics 좋아한다 ㅎㅎ 그래서 여기저기 막 끼어든다. 아래에 술 자리에서 들은 몇 가지 실리콘밸리 무용담 전합니다.

  1. 최근에 구글에 인수된 Wiz: 이 회사 얘기가 몇 번 나오더라고.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Cloud Security하는 업체로 알고 있는데 기존 업체들과 차별된 방식이라 상당히 센세이셔널 했다네. 사실 요즘 실리콘밸리 트렌트는 Security + SaaS (Software as a Service, 즉 클라우드 기반)이면 투자자들이 시장 가치 10배 이상으로 쳐 준다. 주위 동료들과 밥 먹으면서 들은 얘긴데, 이 Wiz의 초기 start-up단계에 입사한 EA(Executive Assistance, 즉 사장 비서)가 사원번호 15번이었고요, 이번 구글 인수로 $43M (한화 대략 500억 이상) 받아 바로 은퇴했답니다. 내가 잘못들었나. 10분의 1로 해서 $4.3M라 해도 50억이니 할 만 하지?

  2. 57세 제조업 아저씨: 밤까지 술 먹고 아 나는 지쳐서 이제 그만, 하고 호텔로 걸어 돌아오는데 밖에 담배피우는 자리에 사람들이 서너명 있는 것이라. 그래서 나도 한 대 피기로 하고 얘기를 들으니, 인간 장대같은 거인 미국인 아자씨가 회사 T셔츠를 입고 말보로 골드를 두 대 연달아 피우면서 자기 얘기를 해 주는데 회사 이름이 Bowmax인가 Maxbow인가 하는 X ray관련 미국 제조업체래. 한 번 퇴사하고 쉴라했는데 작년부터 회사에서 다시 나와달라 해서 마지막 스퍼트 달리고 있다고. 애들이 셋이여, 다 대학생이랍니다. 그래서 물었어요, 니 낼 모레면 은퇴인데 대략 얼마로 굿바이하고 싶으냐, 했더니 씩 웃으면서 $10M하더라. 한화 대략 130억. Good luck dude. 아 이 아저씨가 ETF 두 개 찍어줬어요. NANC하고 GOP사라고. 함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3. Ambitious Singaporean: 나는 회사의 APAC(Asia Pacific), 즉 아태지역 소속이라 중국 / 싱가폴 / 인도 팀하고 아주 가깝게 지낸다. 이 중에 싱가폴 영업 친구랑 특히 가까워. 이름이 Keith Lee인데 부인이 한국 사람이라 나한테 횽님 밥먹으써요 이런다. 이 놈하고 밤에 술을 마시는데 자신의 포부를 알려주더라. Kevin, 나는 말이야 이 회사에서 영업 제대로 뛰어 7 digit figure벌고 싶어. 7 digit = 일곱 자리수 = $1,000,000 싱가폴 달러 = 한화 대략 10억. 와 와 와 영업이 이렇게도 많이 벌 수 있어? 물었더니 자기가 지난 번 회사 VMware다닐 때 한 번 그렇게 벌었대. Wholly sh1t.

잠시 숨 돌리고 사진 한 장 보시기로요. 회사 가는 길에서 찍었어요. Another very boring pic, sorry~

실리콘밸리 나머지 이야기들 이어갑니다.

  1. Wise Malaysian: 위의 싱가폴 영업과 한 팀인 기술 영업 엔지니어가 중국계 말레시아인이여. 이번에 입사했는데 얘도 한가닥 하는 놈이네. 서로 기싸움 하니라 야 너 Marriott 호텔 등급 뭐냐, 비행기 Star Alliance 등급 뭐냐 이런 유치한 질문들 해 댔더니 얘는 뭐 벌써 Marriott, Hilton (이상 호텔 체인), Start Alliance, One World (이상 항공사 동맹) 섭렵했네요. 야 니가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이 과업을 이뤘냐, 물었더니 이 놈이 참말로 똑똑합디다. 팁을 알려줬어요. 일단 최초 하나는 제대로 등급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Marriott에서 Platinum받는다. 다음, 힐튼 체인의 고객 영업부에 메일을 보낸다. 나 Marriott Platinum인테 매리엇 지랄같어서 이제부터 힐튼으로 바꿀라고. 그러니까 힐튼 쪽에 레벨 맞춰주라. 이러면 대부분 최소한 1년 치 동급 레벨은 해 준답니다. 항공사 동맹도 마찬가지. 내가 이 놈 머리 쓰는거 보고 감탄했시유.

  2. Proud Korean: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들 뒤로 하고 귀국 길에 올랐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나 밤 11시 30분 비행기 타고 들어오는데 옆자리 한국인이 말을 걸어 오는거야. 와, 비행기 지겹도록 탔지만 말 걸어 오는 사람은 한 10여년 전에 호주 할머니가 나보고 어디 출신이냐 해서 저 아시아인인데 어느 나라 일까요 알아맞춰보세요~ 물었을 때 1초도 안돼서 바로 할머니가 아 나 알어, 인도네시아, 하길래 왜 왜 인도네시아야 했더니 어 어 테레비 일기예보에 Denpasar(발리가 있는 도시명)가 맨날 나와 거기가 아시아인 걸로 알고 있다, 는 대화 한 이후 정말 오랜만이라 사실 또 멍청한 대화 할까봐 말상대 해 주기 싫더라고. 그런데 이 곰 같이 생긴 남자가 싱글싱글 말을 계속 이어가길래 아이 아자씨 미국 살어요? 어디서 일해요? 하고 지나가는 소리로 물어 봤지. Apple에서 Hardware engineering하고 있대. 오 오 오, 이 남자 상남자네, 하고 이 때 부터 자세고쳐 아 저 그럼 선생님 혹시 LinkedIn (프로필 교환 사이트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boring version of facebook이라고도 함) 하세요 했더니 바로 본인 프로필 핸드폰에 찍어주네. JK Suh님, 프로필 보니 우와 우와 Stanford PhD인기라. 워메 그 때 부터는 눈 바로 뜨고 그 분의 한 마디 한 마디 놓치지 않고 들었습니다. 애플은 기본 비지니스 석 주는데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가는거라 이코노미석 탔다고. 호텔은 리츠칼튼 급으로 주고요. 와이프 결혼해서 5년 되었는데 둘이 돈 모아 20% down payment(deposit, 또는 한국말로 선금?) 내고 실리콘밸리에 그림 같은 집 마련했다고요. 융자는 Stanford Credit Union이라고, 스탠포드 졸업생들에게 학교가 저 이율로 융자해 준답니다. 30년간 2.75%인가로 했대요. 게임 끝났지. 그래서 내가 한 마디 선배로서 조언했어. 선생님같은 분은 국적 바꾸지 말고 애기 많이 나아 조국 인구 증가에 기여해 주세요. 내리면서 All the best young man, Take care하며 악수하고 헤어졌어.

마지막 사진 - Sun setting at California. 여러분 이번 한 주도 수고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