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ry of The Year

올 해를 빛낸 국가들

2024년 이제 이틀 남았대요!

뜻하신 바들 다 이루셨나요? 정신 없는 나날들 지나고 돌아보니 어 어 벌써 한 해가 다 갔지요? 나는 좀 속상하더라. 아시다시피 여름 무렵에 원하지 않던 실직을 당하게 되어 지리멸렬한 시간 보내기를 몇 달 하고나서, 같은 시간이라도 20대 30대였다면 쉬이쉬이 날려 보냈겠으나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지난 이제, 하루 하루의 소중함이 무게와 깊이를 더하는 만큼 의미 없이 버려지는 분 초가 어느때보다 더 아쉽더라고요.

내년엔 그 만큼 더 밀도있는 삶 살기로 하고, 잠시 숨 돌리어 한 해 정리하는 차원에서 올 한 해 가장 빛을 발한 국가, 이코노미스트는 어디를 꼽았는지 한 번 들여다 보기로 합시다. 파트가 두 개로 나뉘는데요, 먼저 파트 원, 상위 그룹 국가들 보시면 와! 스페인이 일등이래요!

Spain, Ireland, Greece, Italy. 이 그룹 어디서 많이 봤죠? 2008년 금융 위기때 PIIGS (P=Portugal)로 불리었던 남유럽 국가들이었어요 (아일랜드는 남유럽은 아니지만 그 당시 남유럽 만큼 타격을 크게 받았나봄.) 이들 국가는 올 해 건실한 노동시장과 적극적 이민 유입이 결셜을 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답니다. 그리고 북/중유럽에 비해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가 적었고, 마찬가지로 군사비 지출도 작았고, 한 편으로는 프랑스(26등)와 독일(23등)의 좌충우돌 정치 상황에 반사이익을 얻은 점도 있겠지요.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이 우리나라 등 수 깎아먹었어요. 특히 주식시장. 그래도 전교 10위권이니 나름 선전은 했다.

기타 주요 국가 순위 보시면,

  • 캐나다 12등: 재정적자 노 굿, 실업률 증가

  • 미국 20등: 주식시장은 무려 23% 증가했으나 재정적자가 컸다. (요걸 트럼프가 손 보겠다는 것이지)

  • 호주 21등: 딱히 모난 것 없는데 그렇다고 딱히 튄 것도 없었다

  • 일본 25등: 재정적자 심각. (요걸 온 국민 + 나 같은 사람이 간접적으로 국채를 사서 메꿔주고 있다고)

  • 영국 31등: 위의 국가들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들 + 실업난 가중

오케이, 자 그럼 파트 투, 개발 도상국들 중 어느 국가가 두각을 나타냈을까요. 다섯 국가가 돋보였다고 합니다. 5위부터 2위까지는 순위 없이 진행합니다.

  • 폴란드: 8년 동안 지배해 온 우파정권을 민주적으로 교체. 그 동안 종종 얘기됐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종종 비교되어 반 EU 강경파, 친 소련, 막무가내, 미디어 탄압, 독재자, 이런 이미지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국민 정서는 러시아의 진격에 대한 안보적 공포감을 정권 교체로 표현했나보다.

  • 남아공: 1994년 넬슨 만델라 집권 이후 줄곧 정권을 유지해왔던 African National Congress (ANC)가 선거에서 패배하여 여소야대의 상황이 됨. 고인물은 썩는다고. 부패한 정권을 국민들이 심판함.

  • 아르헨티나: 내가 얘기했지요, 이코노미스트 이거 이거 밀레이 대통령한테 돈 먹었다고 ㅎㅎ. 또 나왔어. 급진적인 경제개혁으로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분은, 그래도 학자출신의 안목으로 국가를 정상궤도에 끌어 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는 있는 모양이요. 그리고 현재까지는 성적 좋음.

  • 시리아: 반군세력 HTS (Hayat Tahrir al-Sham)가 정말 절묘한 기습작전으로, 러시아와 이란이 힘 빠진 틈을 타 9일만에 수도 다마스커스로 진격, 학살 원흉 알 아사드 폭압 정권을 몰아냄. 다만 항간의 소문으로는 HTS의 그간 행적이 알카에다 스타일이라 현 과도 정부에서 보여주는 온화한 무드가 어느 순간 이슬람 극단 세력의 양상으로 치닫을 지 모르는 상황, but so far so good.

다음 순서 넘어가기 전에 사진 한 장 보시고요.

자 그럼 일등은 어디였을까요?

방글라데시랍니다.

폴란드, 남아공,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15년간 장기 집권해왔던 부패 정부를 몰아내고 민주화 정부가 들어 선 것이 올 해의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나 봅니다. 여름 무렵에 한참 뉴스가 많이 떴었지요. 사건의 발단은 부패 정부가 공공기관에 쿼타제로 국가 유공자 비스무리한 사람들을 한 두명씩 앉혔는데 이게 다 아는 형님의~ 아는 동생의~ 아는 누님의~ 연줄 연줄로 채워진 것이라, 안 그래도 대학 졸업자들 취직 못해서 흙파먹고 있는데 이럴 순 없잖아요! 하여 학생들 중심으로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고, 결국 대통령이 하야 하였다, 라는 것이 내가 아는 스토이요.

현 정부를 이끄는 지도자는 아마 들어보셨을 것이요, micro finance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 은행 총재 Muhammad Yunus입니다. 아마 내년 봄에 총선이 있을 것이고, 그 때 평화적인 정권이양을 진행할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하더군요.

자, 이리하여 이번 뉴스레터 끝! 내려 했는데 약간 서운한 감 있어 연말 연시, 시간 많으실테니 이것 만큼은 꼭 들으시라고 오디오 북 하나 공유합니다.

작년에 타계한 재 호주 유태인 Eddie Jaku의 The Happiest Man on Earth입니다.

독서가 여러분들은 아마 이 책도 아시겠지요, Man’s Search for Meaning 이라고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의 책으로 홀로코스트 생존기에 관해서는 아마 가장 많이 읽혀졌을 것이요. 1997년 작품이니 거의 그 간 전 세계적으로 홍보도 많이 되었고.

이 오디오 북 The Happiest Man on Earth도 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은 독일 출신 유태인의 미망록입니다. 아 그럼 뭐 2차 대전 중에 끌려가 고문 받고 죽을 뻔 하다 살아남은 얘기겠구나, 하고 그냥 넘겨짚지 마십시오. 오디오 북은 2022년 경에 본인 스스로의 음성으로 녹음되었고, 아마도 임종을 감지했을 저자가 홀로코스트라는 전대미문의 인류적 참사를 겪고 그 후 반 세기 넘게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가엽고 안타까운 영혼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회고한 것입니다. 지난 번 내가 공유했던 중국인 바이올린 수기는 좀 말이 빠른 편이었는데 이번 오디오 북은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이야기 들려주듯, 1935년 라이프찌히에서의 학창 시절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지나가니 무리 없이 들을 수 있어요. 몰입해서 듣다 보면 지구상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졌던 그곳이 나찌 점령이후 어떻게 생지옥이 되어 가는가, 그리고 나찌는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서 이런 끔찍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가에 격한 분노를 느끼게 되어 몰고 가던 차를 한 켠에 세우고 저자가 묘사하는 고통의 순간에 전율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 듣고나면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고 지나쳐 버렸던 이 모든 작고 미묘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한 번 깊이 깨우치게 될 것이에요.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