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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엔비디아칩을 손에 넣는 방법

밀수(密輸)학 개론 & 북리뷰

이번 주에는 기사 한 토막하고 나머지는 북리뷰입니다.

먼저 미국발 엔비디아의 중국 밀수얘기. 아시다시피 지금 관세 문제 때문에 미국은 엔비디아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중국이냐, 아니죠. 그들의 특기인 우리 사람 화교 동남아 네트웍을 이용해서 우회 수입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아래 표와 함께 실렸습니다. 우선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이지요. 그러나 젠슨 황(62세)은 대만 출생의 이민자. 대만에 이따금씩 가면 큰 형님 TSMC의 Morris Chang(93세) CEO만나 딘타이펑 딤섬 먹으면서 하오하오(好好) 덕담 듣고 옵니다. 얘기 오가면서 아마도 NVIDIA의 대만 공장 생산 노하우와 관한 조언도 듣겠지요. NVIDIA는 미국 공장도 있지만 대만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좀 더 자유롭게 수출 가능하지요. 따라서 아래표처럼 올 해들어 대만산 반도체가 대량으로 말레이시아에 수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레이시아 도착한 반도체는 그 다음 어디로 향할까요? 정답은 안 봐도 나오겠지요.

참고로 대만 TV, 중국어 공부삼아 일주일에 3회 이상 보는데 TSMC(積電 jidian이라고 읽음)하고 NVIDIA(英伟达 yingweida)빼면 뉴스 진행 안됨. 아래는 두 회장님들.

비슷한 통계 표 하나 더. NVIDIA의 매출 by country. 올 해 들어 싱가폴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싱가폴 인구가 500만인데 어디에 팔겠다고 이리 수출 물량이 많은가. 역시 정답은 우회 수출이 되겠네요. US → SG → MY → CN 인민공화국.

아마 중국으로의 직접 수출이 막힌 미국 기업의 많은 수가 이와 같은 방법을 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경제 얘기 짧게 하고, 자 이제 책 소개로.

이따금씩 책 리뷰를 올리는데 그에 관한 피드백을 받곤 해서 오늘도 한 권 소개합니다.

이름 아마 들어보셨을 것이오.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이시구로 카즈오(石黒 一雄)상의 작품입니다.

대략 3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소설로, 어려운 말 별로 안 나오는 평이한 문장 구성이라 쉽게 읽혀지려니 했는데 이상하게 도대체 감이 안 잡히는 거야. 주인공 Kathy는 직업이 Carer래요. 우리말로 하면 간병인. 처음 몇 페이지 읽고 음 내 스타일 아니야, 별로 재미없겠다 생각 들어서 스스로 집중도를 떨어뜨린 것도 원인이었을까. 간병인의 환자 돌봄 내러티브 소설이겠구나 싶어서 violence, murder, thrill, action, sex, conspiracy 같은 자극적 소재들 기대 안 했고, 이런게 빠지니 비영어권자인 내게는 무슨 성서나 불경 읽어 내려가듯 지루할 따름이라, 의미를 아는 단어인데도 문맥상 이해가 잘 안돼더라고. 왜 죽음은 death라고 안하고 termination이라고 표현하는지. 그리고 또 유년시절의 묘사에 왜 부모님들은 등장하지 않는지. 이해불가한 이런 궁금중들은 나의 독서 가이드 Mr. GTP가 없었으면 영원히 미궁 속에 묻혔을거야.

ChatGPT의 보조를 받으며 소설의 플롯 구조와 주인공들의 인물 설정을 이해하고 나니 비로서 이 소설의 위대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Kathy와 그의 친구들 Tommy, Ruth는 모두 장기 기증(organ donation)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었어요. 따라서 그들에게는 부모가 없고, 어른이 되기까지 특수한 시설(학교 이름 Hailsham)에서 양육및 교육을 받은 후 사회로 나오게 되며, 그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그들의 장기가 기증되기 시작해 대략 네 차례에 걸친 기증이 끝나면 그들의 목적이 완수되어 terminated, 즉 죽음을 맏이하게 됩니다.

세상에, 나는 소설의 구조를 거의 250페이지 넘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설정이 파악되니 마치 내머리에 선각사 범종 치듯 소설이 주는 메세지의 깊은 울림에 가벼운 전율을 느꼈으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소설은 일본인이 아니면 쓸 수 없어, 였어.

Kazuo Ishiguro는 영국인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때 영국으로 건너왔으므로 몸은 일본인이나 의식구조는 웨스턴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왜 이 소설이 Japanese-minded novel이라고 구분 짓는가. 이시구로상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가정 내에서는 일본어를 썼고, 이렇게 언어가 기반이 된 동양적 정체성이 그가 성인이 된 후 작품들에 큰 영향을 끼치며 발현되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로, 주인공 Kathy의 인물 됨됨이를 몇 가지 단어로 표현하자면 caring, determined, accepting 등으로 들 수 있는데 이는 일본인들의 가치관, 철학관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어요.

  • Caring: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 남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지 잘 살피라 = 남을 배려하라.

  • Determined: 초지일관의 자세. 작은 것에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 한다. 그래서 일본이 노벨상 자연 과학 부분에 강한거야.

  • Accepting: 불교와 민간 신앙에 입각한 초월의 자세. 지진이 나도, 츠나미가 와도, 떠나지 않고 17대째 이어져 온 우동집을 이어가겠다.

그래서 정리하면, 서양인의 탈을 쓴 동양적 마음가짐으로 복제된 소설의 주인공들은 나에게 장기간의 독서 과정 중 보일 듯 말 듯이, 군데군데 숨어 대오(大悟)의 화두를 던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참고로 본 소설은 후에 영화화 되어 지금은 아마 넷플릭스 같은데서 볼 수 있을 거에요. Worth watching? I don’t know, you tell me once wat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