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악몽

부제: 되돌려다오 미니스커트

이번 한 주 전 세계 주요 신문 국제부들은 중동전쟁으로 매일 매일 특보 내보내느라 정신이 없었을 줄로 압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기에 이란은 반격으로 걸프 국가 공습, 한편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습, 도대체 뭐야 이거 누가 누굴 때리고 어디가 어디편이고? 좀 헷갈리는 부분있다고 지인이 알려와, 상당수의 구독자들께서 알고 계시겠지만 우선 중동 국가간 헤게모니를 한번 정리해 두고 시작합니다.

우선 중동 화약고의 역사적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의 탄생, 그리고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입니다. 딱 일반 상식 수준으로만 간략화하면 2차 대전후 연합국의 지원에 힘입어 전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시나이 반도 북부의 땅에 알박기 식으로 정착하여 이스라엘을 건국시키잖아요. 팔레스타인은 무슬림이 주류이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걸쳐 동일한 언어인 아랍어를 구사하는 무슬림 형제국가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뚝 떨어져 태어난 이스라엘이 전혀 달갑지 않았겠지요. 특히 중동 산유국, 이른바 걸프국가로도 불리우는 GCC(Gulf Cooperation Council)의 6개국, 즉 사우디 + UAE(아랍 에미리트) + 쿠웨이트 + 바레인 + 오만 + 카타르 국가들은 21세기 초까지도 이스라엘을 원수 취급하여, 예를 하나 들자면 이들 국가로의 여행객이 이스라엘 출입국한 기록이 있는 여권을 제시할 경우 바로 입국을 불허했단 말이죠. IT 얘기 잠깐 하면, 최근까지도 Check Point같은 이스라엘 IT 제품은 이러한 이유로 중동에 발을 붙일 수 없었어요. 이것이 시대 변화를 타고, 중동의 맏형 사우디의 카리스마 독재자 MBS (Mohammed Bin Salman)의 등장 + 두바이의 경제우선 과거안녕 스타일 중동 허브 전략 + 카타르 월드컵 등등으로 이제 GCC와 이스라엘은 마치 앙숙의 시대를 거쳐 우호를 다짐하고 있는 한일관계, 내지는 더 오래 역사를 되돌리면 영국 아일랜드 관계처럼, I forgive you and let it go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 이란은 뭐냐. 중동 관계에 관심 깊으신 분들, 이 사진 아마 눈에 익을 지도 몰라요. 1970년대 이란이에요. 아마 내 생각엔 온건파 무슬림 국가 또는 무슬림+크리스천 혼합 국가인 터키, 레바논 급의 여성 복장 자유가 허용되던 시절이었을거라 봅니다. 미국 등의 원조를 받던 이란 국왕 Shah가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

그러나 이런 모습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부르짓던 호메이니 & 하메이니 시리즈들에게 영 거슬렸으니, 거기에 Shah의 부정부패로 학생 운동이 심화되던 분위기를 틈타 70년대 말 이들이 정권 타도 혁명을 성공시킨 이후, 미니스커트가 부르카(burqa)에 가려져 자취를 감춰버린 이 나라에선 종교 지도자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어버리는 중세 유럽판의 제정일치(祭政一致: 제사장과 정치가 일치) 사회가 시작된 것이지요. 

이란 얘기 조금만 더. 종교적으로 이란은 수니파 중심 걸프 국가들과 달리 시아파에요. 예언자 모하메드의 직계를 따를 것이냐 사촌동생의 족보를 따를 것이냐로 갈라진 이 두 종파는 서로 틈만 나면 칼을 겨루고 미사일을 쏴 대는 이른바 중동의 화약고로 대표되었고, 이란은 전통적으로 소련의 우방국이었기에 그들의 적대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에게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지요.

그럼 레바논은 뭐야? 거기는 무슬림과 크리스찬이 공존하는 국가인데 무슬림쪽 세력중에 헤즈볼라(Hezbollah)라고 있어요. 얘네들이 시아파야. 즉, 이란과 브라더지요. 시아파 브라더가 하나 더 있어. 예멘의 후티(Houthi)라고. 이쪽도 시아파. 그러니 수니파의 사우디가 예멘에 로켓포를 쏘는 겁니다. (잠깐 정리: 누가 토요일날 저녁 부부단위 와인 파티에서 시아파 수니파가 누가누구냐를 물으면 외우기 쉽게 GCC=수니, 그리고 H붙은 애들은 시아파로 대답하면 됩니다. 이란의 경우 수도 테헤란의 TeHran ㅎㅎ)

 

중동 호랭이들 간단 정리 여기까지고요. 사실 오늘 주제는 이란 공격으로 출렁이는 원유가가 되겠습니다. 이코노에서 Engergy Pricer관련 그래프를 몇 개 실었길래 분석하며 같이 봅시다. 먼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오일탱커들 수.

난리났네 난리났어. 이거 보고 현명한 국민이라면 나는 보일러 스위치 끕니다. (날씨 추우니 다다다음주부터)

다음,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이거는 카타르의 LNG 수출 지연으로 스파크가 바로 튀는군요.

다음, 페르시아만(灣)을 출발하여 아시아로 향하는 선박의 운송비. 한중일 유가 상승 직격탄이에요.

다음, 북해의 브렌트유 대비 두바이산 오일 가격. 브렌트유가 다섯배 이상 상승.

잠깐, 이게 무슨 뜻이에요? 전쟁은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뛰나요?

정답: 한중일 때문. 기름 한 방울 안나는 운 없는 나라 백성들아 (중국은 기름 좀 나지만 그래도 그걸로 14억 인구 등 따시게는 어림도 없으므로) 두바이 오일 공급이 안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먼길 돌아돌아 브렌트유를 구입해야 하기에 가격이 천정부지가 된 것입니다. 이 얘기는 또 무슨 얘기냐, 에너지 공급면에 있어서 유럽은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보다는 그마나 상황이 낫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그래프말고 지도로. 이란의 가성비 높다는 그 카미카제 드론이 어디를 향해 날았나.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이란이 타격한 정유 시설들입니다. 도시명 검색해보면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 UAE, 오만이 골고루 타격 받았어요. GCC중 바레인만 살았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바레인은 정말 코딱지 만한 섬나라에요. 그 옆 카타르의 15분의 1 수준이래요. 약소국일 경우 이런 장점도 있군요.

이코노에서 지적하듯,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한중일에게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심각한 경제여파를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각 국의 원유 비축량이 몇 달 안 남았은 상황에서, 유가는 사태 악화시 $150까지 치솟을 예상이랍니다. 이러다가 어쩌면 우리 다시 연탄 보일러 때게 생겼어요. 한편으로 악심이 드는게, 와 나 돈 좀 있으면 내 손목아지 걸어 원유가 상승에 올인 베팅한다~ 하고는 싶은데 꼭 이런식으로 맘 먹고 돈 박으면 고스란히 꼴아박더라. 에이, 그냥 맘 접고 정직한 일본 은행 정기 예금에나 돈 부을까나봐요. 어제 통장 개설하러 갔던 치바 흥업 은행 한 쪽 벽면에 커다란 포스터 붙어 있던데, 눈길이 가더라고요. 자그마치 0.5% 와~ 천만원 넣으면 5만원 준대. 포스터에 나오는 우리 일본국 어린아이들아, 어른 되기 전에 빨리 떠나, 안 그러면 미래 없어 이 나라 금융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