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앓이 어떡해

Formosa Flu, driven by too much $$$

작년 이맘 때 나는 상해에 있었잖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달, 월화수목금은 숙소 → 중국어학원 → 도서관 → 숙소로 지내고 주말은 관광으로, 이렇게 해서 귀국 후 HSK 6급 합격 목표로 시간표 짜서 갔는데 워메~ 그 열악한 주거시설, 아직도 기억나네 여자 포함 4인 1조 공동 화장실과 뚜껑 없는 음식물 쓰레기통 등등, 이런 환경에 정신이 혼미해져 공부에 집중 못하고 결국 12월 치렀던 시험은 평균 50점대의 동네 창피한 점수로 마감하여 1년 동안 좌절의 상태로 지내고 있단 말이지요.

그래서 올 해는 만다린 쓰는 또 다른 국가 대만으로, 해 넘기지 전에 작년 처럼 딱 한 달만 있어보자는 각오를 해 왔습니다만 처자식 있는데 생활비 따로 축내며 한달살이 하는 것도 웃기잖아. 그래서 그동안 투자해 왔던 비트코인 20만불 찍으면 거기서 얼마 좀 털어 나 바람 좀 쐬고 오마, 하는 식으로 계획을 짜 왔단 말이지. 그리고 많은 투자의 현인들이 나의 시나리오를 지지했어요, 연말에 BTC 정점 찍는다면서. 이 말 철두철미하게 믿었다가 ㅠㅠ 지금은 도쿄의 어느 도서관 창가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세며 나의 투자 손실액을 세며 아 올해 인생도 ㅈ됐구나, 연말 또 여기 창살 없는 열도(列島) 감옥에서 쇠겠구나, 씁쓸한 기분을 추스리고 있지요.

그리하여 이번 주 뉴스레터 제목이 대만 앓이가 되었는데, 와 올 해 대만 성적이 아주 좋았어요. 내년 내후년도 계속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달려간대요, 이코노미스트 왈. 그러나 성장의 이면을 들추니 사상누각의 위태로움도 보이는지라 경고를 던지고 있어요. 여기 같이 보기로 합시다.

위의 표, 좌상단부터 봅니다. 경상수지 흑자 매년 증가 yay yay, 다음 오른쪽 외환 보유고 더불어 증가, 밑의 좌하단 대만달러 하락율 심화, 그리고 우하단 소득대비 집값 비율 어우 등골 브레이커중.

정리하면 무슨 뜻이냐: 대만 뭐 먹고 사는지 우리 대충 알잖아요. 대략 국립 용산 전자상가 분위기. 칩 팔아 아수스 컴퓨터 마더보드 팔아, 부품 팔아 소재 팔아 발광 다이오드 팔아 페달 팔아 자이안트 자전거 팔아 싸게 팔아 쥐어짜서 팔아 날도 더운데 에어컨 안 키고 홍하이에서 아이폰 센서 만들어 팔아, 그래서 미국한테 몇 번이고 노동 환경 개선하라우, 주의 받았답니다. 그리고 거듭 반복하지만 대만의 최근 몇 년간 급 성장은 젠슨 깐부(+ TSMC 큰 형님과의 얌차 회동)의 몫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 위의 표로 돌아가, 수출 잘 되니 달러 쌓여 경상수지 대 흑자이긴 하나 수출이 그냥 잘 되나, 물론 거래처에서 좋은 품질 인정해 대량 구매 해주는 것도 있겠지만 동아시아 나라들이 이걸 그냥 두나, 닛뽄 뎅키(電気) 회사들, 한국 중소기업들, 그리고 중국의 저품질 초초저비용 제품들이 돈냄새 맡고 다들 달려들지. 이걸 이기기 위해 대만 정부는 거의 20여년간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너무너무 싸게 싸게 내리고 있지요. 그러니 그 돈들이 부동산으로 쏠려 집 값이 올라가지.

이걸 두고 이코노미스트는 대만병(Formosa Flu, 여기서 Formosa는 원래 꽃 이름이기도 하지만 포루투갈어로 Beautiful이란 뜻이래요. 14세기 포루투갈인들이 대만 섬에 닻을 내려 붙인 이름이랍니다) 경고를 날렸는데,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있었으니 당시 천연가스의 수출로 크게 경제가 성장했던 네덜란드는 넘쳐나는 재정수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환율 관리가 실패하여 결국 다른 분야의 물가도 다 들썩이게 하는 바람에 국가 경제를 망치게 되었다는 의미로 Dutch Disease라는 용어를 쓴다 합니다.

대만 중앙 은행의 인위적인 통화 조작으로 인한 평가 절하의 정도는 Big Mac Index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대요. 링크 -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country-rankings/big-mac-index-by-country 미국을 기준으로 얼마나 더 싼가. 소득 수준 비슷한 한국/일본과 비교해도 대만은 가격이 훨씬 더 쌉니다. (와 근데 빅맥 인덱스가 환율 평가 절상/절하의 비교 가치 수단으로 이렇게 버젓이 쓰이는지 여지껏 몰랐네)

아래 표,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북아 주요국 경상수지 이익률, 외환보유고 비율, 집 값 증가율(남한 인민들아, 서울이 오른 만큼 이상으로 동경 상해 북경 대북taipei은 더더욱 올랐으니 그래도 행복한 줄 아시오), 자국 통화 평가 절하율.

이코노미스트 기사 읽으면 읽을 수록 대만 이 나라, 짠돌이 구두쇠 국민성이 물씬 풍겨집니다. 수출기업 달러벌이로 먹고 사는 것이 과거보다는 풍족해졌지만, 기사를 통해 느껴지는 분위기가 아직도 꼭 박정희 시대 허리띠 졸라매고 조국 근대화 완수하자, 세계가 망하는 그날까지! 이렇다니까.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우리나라 못지 않으니, 대만은 정말 불쌍해요, 국민들아 우리 조국 대만을 대만이라 부르지 못하고 타이페이 중국이라느니, 대사관도 제대로 간판 못 걸고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부라잖아. 또 중국의 견제로 IMF 회원국도 아닙니다. 즉, 경제 위기 발생시 돈 꿀 데가 없으니 사상누각처럼 단번에 무너질 가능성 높지요. 그러니 정부와 중앙은행은 아무리 우리가 지금 돈이 남아돈다 해도 어느날 갑자기 깡통 찰 수 있다며 경계의 자세를 풀지 못하는 것이지요.

글 쓰다가 잠시 유투브 검색했던 것이 생각나 사진 올립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 집 값 너무 올라 언제 애기 낳고 키웁니까 엉엉. 아래 영상 제목: 대만 신생아수 사장최저 재달성. 출생인구 13만. 9년 연성 성장세 밑돌아. 단, 부제목이 웃긴다. 보습반 학생는 안 줄고 되려 늘어. 왜? 아마 우리나라하고 똑같겠지. 고 3 수험생 총 수가 SKY대락 입학 정원보다 줄지않는 한 과외학원은 번성합니다.

오케이, 대만 우울한 뉴스는 여기까지. 그래도 한국 사람들 중에 대만 여행 갔다 온 사람들 다들 행복해하잖아. 일본인은 말 할 것도 없고. 지금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을 향해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잖아요. 유사시 대만에 군대 파견할라고요. 이에 빡 돌은 중국은 불장난 심하면 집 한채 다 태운다, 하며 험담을 퍼붓고 있지요. 최근에 나왔던 굴욕 영상 한 장면. 왼쪽 일본 외교관, 오른쪽은 중국 외교부 국장. “야 야 니 내가 그렇게 만만하디? 고개 쳐 들어. 니 여사장한테 전해라. 수틀리면 칼 들어간다고”

아 불쌍한 왜(倭)인들아. 괜찮아 우리 대만 국민들이 따뜻하게 맞이해 줄게. 하여 위 사진이 나온 며칠 후, 대만 총통 라이칭더는 입맛을 다시면 일본 스시에 미소시루를 흡입하는 사진을 게재하는 것이죠. Welcome to Taiwan. We will embrace you. (총통님 그러나 제가 조언 하나만 해 드린다면 5대5 장국영 가르마는 20세기를 끝으로 유행 지났습니다)

근데 실은 일본도 옛날 일본이 아닌거이, 여행객 수는 많을 지 몰라도 1인당 소비 금액이 한국만 못하네요. 아래는 BBC통계, 2024년 대만 방문객의 1인당 소비액. 1등은 미국, 그 뒤로 싱가폴, 한국, 일본, 홍콩, 태국, 월남,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순. 단위: 미국 달러.

재미있는 조사 하나 더 있어서 소개합니다. 전세계 도시들 대상으로, 이코노미스트 선정 올 해 가장 생기발랄한 도시 순위 중, 아태지역 도시가 다섯 개나 탑 10에 이름을 올렸어요. 멜버른, 시드니, 애들레이드, 오클랜드(NZ)야 뭐, 남반구 지상천국 도시들이니까 크게 놀라지 않겠어. 근데 오사카가 7등이래요. 문화, 교육, 기반 시설, 기대 수명등을 토대로 한 조사인데 아마 오사카는, 도쿄도 그렇지만 노인네들이 하도 많으니 기대 수명 면에서 타 도시들을 큰 차이로 이겼을 것이야 ㅎㅎ. 나머지 아시아 도시들은 어드메쯤 있을까요? 아래 표는 아태지역 도시들만 추린 것인데 호주와 뉴질랜드 도시들 빼고 1등은 오사카, 다음 도쿄, 그 뒤로 싱가폴, 홍콩, 서울, 부산, 그리고 그 다음이 타이베이네요. 알았어, 부산 만큼 매력있는 도시라는 거지. 꼭 꼭 갈거야, 기다려 2026년… and with that, Formosa Fever is still going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