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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을 위해 사랑했던 매체들
Rise and Fall of Tinder
도쿄도 서울도 가을이 한창이라 동네 앞만 지나가도 낙엽이 길을 덮고 있어요. 여기에도 단풍을 심었었구나, 일년 내내 잊고 있다가 어제 오늘부터 수를 헤아리기 어렵게 떨어지는 주홍의 낙엽을 밟고 걸어가자니 내 인생 한 때엔 이 계절 이맘 때를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도배했던 시절이 있었어, 추억하면서 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야 야 야 재택 주재에 무슨 낙엽 밟고 출근길 회사원 생색이냐. 왜, 역전 앞 스타벅스 카공족에게도 가을은 어김없이 왔잖아. 비상근직 회사원이라고 계절 좀 탈 권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ㅎㅎ. 참고로 위의 사진은 동네 앞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고요, 2022년인가, 예전 직장의 한국 지사가 나를 초대해 같이 강원도로 워크샾 갔을 때 찍어 둔 사진입니다. 이 사진 아름답다고 생각되면요, 이번 호 뉴스레터 여기까지만 읽고 핸드폰 끈 후 얼른 여친(or 남친 or 여보)하고 손잡고 드라이브 나가세요. 오늘 밤 열두시까지만 이 색깔로 남아있겠대요, 단풍들이.
오늘의 본론은 그래서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걸로 할라고. LOVE LOVE LOVE
이코노미스트도 나랑 생각이 똑같아. 여러분 코로나도 끝났으니 이제 틴더 그만하고 진짜 사랑 합시다!

위의 표는 유명 데이팅 앱의 연도별 사용자 수 입니다. 바두, 범블, 그린더, 힌지, 매치, 틴더 뭐 이런게 있대요. 나는 하나도 모르지, 원시시대에서 살다 왔으니깐. Snapchat까지는 깔아봤어(and yes, I was mentally ready to send my swimsuit selfie 😀). 24시간 후에 친구 한 명도 연결 못하고 그냥 지워버리긴 했지만. 아, 데이팅 앱 하니까 2015년인가 이전 직장의 실리콘 밸리 본사에 출장 가 있을 때 20대 애들이 뭐 Coffee Meets Bagel이란 앱도 틴더하고 같이 잘 썼던거 같어요. Mate it’s long long time ago already, time fxxkin flies ㅎㅎ
위 그래프가 시사하듯, 데이팅 앱의 사용자 감소이유는
당연히 코로나 끝났으니 오프라인 만남이 더 많아졌고
이게 유료라네요?
환상이 깨졌어요. 사진이랑 너무 달라요 엉엉
특히 위의 3번에 관하여, 틴더의 사용자중 84%가 남자랍니다. 야이 거지들아, 우루루루 떼로 몰려 나머지 16% 여자들한테 어떻게 한 번 기회 잡아볼라고 마구 메세지를 날려대서 여성 회원들이 너무 불편해 한답니다.

위의 표는 데이팅 앱 회사들의 주가 추이. Match Group은 틴더의 모(母)회사입니다. 떨어지는 매출은 유료회원의 감소와도 관련있는데 Match Group의 앱 중 하나인 Hinge에서는 남자가 상대방 여자에게 관심 있어요~ 메세지를 보낼 때 e장미를 선물할 수 있게 하는데 요게 $4이래요. 누가 내나요… Tinder의 경우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아마 사용자 분들 경험하셨겠지만 스크롤 스크롤 해도해도 맘에 드는 애가 안 나와, 넷플릭스 유튜브 찾다 찾다 안 나오는 것처럼 스크롤로 한 바퀴 다 돌았네,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드리고자 특별 회원 서비스! 매칭 될 때까지 무제한 소개팅 같은 것이 있는데 이거는 한 달에 $500이네. 가격 너무 하잖아요.
데이팅 앱 사용자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인 코로나 끝나 오프라인 만남 많아진 현상에 관련해서는, 아 이런 것도 있어! 무슨 스타트업 중에 Pear라는 회사가 ‘나솔’ 링을 만들었대요. 이거 끼면 honey I am available의 의미래요 ㅎㅎ

이런 요상한 반지로 나 외로워요 표시하기 쑥스러운 분들은 다른 오프라인을 알아 보는데, 뭐 클럽도 있고 Bar도 있고(저는 날씨 좋은날 단풍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산자락 밑에서의 골프를 열렬히 추천합니다만), 또 이코노미스트 조사로는 요즘에 요리강좌에 그렇게 선남선녀들이 몰린다네요. 이거 참 좋은 생각인 거 같어: 아 네, 저 논현동에서 자취하는 현준이라고 합니다. 아까부터 계속 옆에서 봤는데 요리 잘 만드시네요. 오늘 셰프 선생님 지도대로 저도 한 번 이렇게 만들어 봤는데 한 번 드셔보실래요, 아~
한 편 온라인 데이팅 업체들은 오프라인 마켓에 자기들 고객 빼앗길 수 없잖아. 최근 전략으로, 역시 AI를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 우리 남자 고객님 프로필하고 우리 여자 고객님 프로필하고 말이지, 각 고객님별로 AI봇을 만들어 이제는 남봇 여봇들이 서로 초면 인사 한답니다. What the hell.
또 다른 전략으로는 고객 세분화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Micro segmentation!
Grindr: 게이들 만남 주선. 같이 투어해요! 자상하게 지도도 제공한답니다. “여기 이 bar는 요즘 너무 핫해서 HIV도 핫하니 지퍼 단속 꼼꼼히 하셔요~” (HIV = AIDS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Stir: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더니 어느날부터 와이프(남편)가 안 따라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혼자 애 키우고 있어요. 이들을 위한 만남 앱
Chispa: you yellow, meet yellow, no fun hanging out with brown or white. 인종별 전문
Feeld: 하다하다 별 희한한 앱 다 있네. polyamorous래. poly + amorous(아모레 뉘앙스니까 사랑이겠지요). 다자간 연애 전문 앱
연애 얘기 스크랩하다가 남녀관련 기사가 있어 하나 더 보여드리께요. 이건 주제가 약간 다르긴 한데, 요즘 어린 남녀들, 한국처럼 서로들 가치관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대요. 음, 약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위의 표: 18-29세 정치 성향도. 선진 20개국 조사 자료인데 흥미롭다, 한국 사회 조사 기관도 자료 제공자로 되어있네. 표의 남자들은 보수 일변도인데 반해 여자들은 점점 더 진보를 향해 달려가는군요. 여성 학력 증가가 당연히 관련 있겠지요.. 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이미 우리 사촌 큰 누나 세대에 일어났고,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post-feminisim을 바라보는 지금의 시각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 소득 격차 등의 부문에 관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되어 여성들은 진보에 대한 갈증을 시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관련 그래프 하나 더. 역시 18-29세의 남녀간 정치 성향 차를 국가별로 보여줍니다. 호주가 의외로 보수적이네. 반면 South Korea 여성들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진보적이야! This suggests to me: 만일 여자 대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아주 신중해야겠구나. 나 때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순간 커뮤니케이션 종료되겠구나. 염두에 두겠습니다.
잠시 사회 과학 코너로 갔으니 다시 단풍 놀이로 돌아옵니다. 보수든 진보든, 아직 바깥 덜 쌀쌀할 때 인사동 찻집 같은데, 뒷마당에 앉아서 서로 대화하세요. 만일 이게 잘 안돼면 앱도 쓰고 봇도 쓰고 해서 사랑을 만나세요. 그런데 유명한 강사 김미경 선생님 있잖아요, 그 분 왈, 사랑은 이렇게 찾아온대요 (약간 각색.)
“어느 도시로의 짧은 출장 길이었어요. 일기예보에서는 날이 화창할 거라 했는데 버스에서 내렸더니 소나기가 쏟아지는 거에요. 게다가 출장 길이라 힐을 신고 가는 바람에 미끄러운 도로변에 발 헏디뎌 넘어지려는 찰라였는데 버스에서 같이 내렸던 어떤 분이 저 손을 얼른 잡아 일으켜 세워주고는, 방향 비슷하니 우산 같이 쓰자며 비를 가려줬어요.
그래서 그 분하고 앞으로 다가 올 인생의 시간들도 같이 쓰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