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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에 걷고 싶은 도시들
World’s Most Walkable Cities
도쿄는 계절 맞이에 항상 지각하는거 같어. 지난 주에 올 겨울들어 처음으로 눈이 내렸어요. 달력은 이미 3월 초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떨어지는 눈은 땅에 닿기 무섭게 녹아내렸고, 온난화로 매년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 눈을 뭉치는 경험은 이제 도쿄에 사는 한 더 못 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아쉬움 속에 지나간 첫 눈 내리던 주, 서울 혜화동 4번 출구에서도 눈발이 흩날렸나봐요. 누가 계단 올라가다 말고 사진 찍어서 나한테 보내줬어. 하여 사진 제목은 너한테도 추억 한 번 쯤 있었을 혜화동 입니다 ㅎㅎ

고개를 돌려 유럽쪽 지도를 펼춰봅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올 봄 걷고싶은 도시 순위를 게재하면서는 자기들 조국 새로 단장한 해안 산책로를 자랑하고 싶었나봐요. 아래 도시 이름들 보이지요. 거기에 하나하나씩 역사의 숨결이 깃들여져 있대요. 정복자가 닻을 내렸던 곳, 스페인 무적함대가 울면서 돌아갔던 곳, 청교도들이 새로운 땅을 향해 출발했던 곳, 사이먼엔 가펑클이 영감을 얻었다는 그 곳. 우리는 애들 키우느라 사업장 돌보느라 급료 타느라 당분간 가 볼 여유 없겠으나 이거 인쇄해서 책상 거울 앞에 붙여 놓기로 합시다. Time will tell!

해안로 산책길 보고 있자니 여길 걷는 것도 낭만있겠지만 나는 자전거로 일주하고 싶은 생각 드는 것이지요. 4년전 코로나때 아무데도 못 가고 있어 열병이 나 환장할 무렵 에라 모르겠다 질러보자는 식으로 도쿄-오사카 500km구간을 자전거로 다녀 온 적 있어요. 지도 잘못 보고 밤 여덟시에 가로등 없는 산악도로 올라가는데 트럭에 치여 죽을 뻔한 적 있었지만 이런게 지나가면 또 이상하게 그러워지잖아.
그래서 올해 말 또는 내년에 해안 도로 일주 할라고. 국가는 대만.
왜 대만이냐.
한 몇 년 전부터 digital nomad 요 단어 유행하기 시작하잖아요. 서유럽, 동남아, 두바이 같은 곳에서 어서옵쇼 드루와 드루와 nomad visa를 발급하고 있는거 들어보셨지요. 대만도 작년부터 이 비자 도입했대요. 작년에 우연히 알았어. 그래서 신청 한 번 해 봤지. 어차피 회사 사무실도 없어 매일 스타벅스와 도서관을 전전하고 있는 처지에 대만 한 달 살이 못할 게 어딨겠어, 하는 식으로.
그래서 신청 해봤고, 그저께 도쿄주재 대만 대사관 (중국 때문에 대사관 이름 대신Economy & Culture Representative Office라고 합니다)에 가서 비자 받아왔어요. 별 특이한 거 없고, 3년까지 장기 거주 가능, 의료보험 은행계좌 개설 등 가능. 부동산도 살 수 있대요 ㅎㅎ. 관심 있는 분 여기서 신청 가능합니다 - https://goldcard.nat.gov.tw/en/

대만이나 중국이나 똑같은 만다린 쓰는데 대만은 번체(繁体), 중국어는 간체(简体)를 쓰지만 한 일주일만 익히면 그 차이를 금방 알게되므로 좋아, 올 해 안에 어차피 중국어 HSK 6급 재수 때문에 한 달 정도 가긴 갈 생각을 잡고 있으니 타이페이에서 나와 해후 하실 분 나중에 톡 주세요.
다시 이코노미스트 표로 돌아옵니다. 걷고 싶은 도시 순위 집계, 대망의 1위는 밀라노가 되겠습니다!
순위의 기준: 걸어서 15분 이내에 학교, 병원, 음식점, 카페, 공원 등 주요 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어 그럼 서울 당연히 순위에 들어야 하잖아! 그러나 여기서 탈락의 기준은 걷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으면 아웃이라고. 쉽게 말해 걸어서 15분 이내에 8차선 도로, 국영수 학원, 사우나, 해병대 전우회 사무실, (도우미) 노래방 이런 거 있으면 탈락인 것 같음 ㅎㅎ. 이런 기준에 아시아 도시들 중 용케 부합한 28위 교토, 35위 타이페이, 49위 타이중(in Taiwan), 50위 도쿄가 이름을 올렸네요.

순위에 나오는 도시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 저널리스트 Paul Salopek이라는 사람이 운송수단에 힘 빌리지 않고 오직 두 발로만 이동하여 대륙의 도시들을 훑고 지나간 기록도 있어 함게 소개합니다. 7년에 걸쳐 걸어다녔고, ㅎㅎ 아직도 걷고 있는 중이랍니다.

위대한 사람이군요 이 분!

마지막으로, 걷기보다는 뛰기가 좋아라 하시는 분께, 나이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운동화 Nike Zoom Vaporfly 4% (상품명에 4%가 들어감. 실제로 4% 실력 향상이 있었다는 통계가 있어서)를 이코노미스트가 추천합니다. 이거 신고 마라톤 뛰어 지난 10년간 선수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대요. 처음 들어본 신발인데 가격 알아보니 대략 30만원 선입니다. 발렌시아 운동화 보다는 싸네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