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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스마트폰 확 던져버리고 싶어
그리곤 바로 줏어올거야
올 해는 일이 바빠서 못 갔는데 재작년까지만 해도 일 년에 한 번은 하루짜리, 3일짜리, 길면 10일짜리 Vipassana(위빠사나) 명상을 갔었다. 링크 걸었으니 관심 있으면 방문해 보시고요. 유발 하라리가 그의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조언의 제일 마지막 장에서 쓰기를, 옥스퍼드 철학과 다니던 시절 자아 정체성의 혼란에서 비롯된 인생과 인류, 아울러 전(全)우주적인 문제들과 외롭고 힘들게 씨름하고 있었을 때 지인의 권유로 Vipassana 코스에 참여한 후, 일상 생활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합니다. 10일 짜리 명상 코스라, 들어본 적도 없고, 처음엔 누구나처럼 반신반의 했대요. 이 코스 쉽지 않습니다. 코스 내내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거든. 스마트폰 인터넷 TV 라디오 전혀 없고요. 심지어 필기도 금지며, 하루 종일 정좌하여 들숨 날숨만 쉽니다. 밥은 완전 채식 Vegan에, 저녁은 차 한잔 과일 하나밖에 안 줘요. 이 고문 같은 10일 과정을 짐 싸고 들어와 숙식하며 자처해서 겪는단 말이지. 그러나 코스를 마치고, 그는 책에서 밝힌 바 대로 자신을 괴롭혔던 형이상학적 난제들에 더이상 묶여있지 않게 되었고, 발행일인 2019년 기준으로 현재 하루 두 시간씩 명상을 수행한다 합니다. 그는 심지어 스마트폰도 갖고 다니지 않는대요. 명상을 통해 모바일 중독을 깰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어요, 희소식이에요 여러분!
스마트폰 없이도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의 영위가 가능하며, 오히려 이것이 없어야 극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도 증명합니다. 이 분은 아예 이메일 주소가 없대요. 그래서 영화 촬영장에 늦게라도 도착하는 배우들은 전신이나 전보, 또는 독수리를 통해 서간을 전달하지 않으면 감독님과 소통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얼마나 창의적이야, 조류(鳥類)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21세기 커뮤니케이션 ㅎㅎ
그러나 창의력을 굳히 발휘하지 않아도 될, 그리고 철학적 사유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휴대폰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선물인가봐~ 싶지. 한 번 쥐면 못 놓는 모바일 기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그동안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중독이 주요한 사회 문제였는데 이제는 거기에 65세 이상의 고령층도 합세하는 분위기 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노년층의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 등 디지털 디바이스 소유율이 청소년과 거의 동일하거나 더 높게 나타나지요. 이분들은 직장 다닐때 어느정도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되었고, 이제 은퇴후엔 그 윗세대들이 하로 종일 TV 쳐다보는 만큼 아이폰 스크린을 종일 쳐다보게 되는 것이에요.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노령인구들이 골프보다 Grand Theft Auto(게임 이름)를 더 재미 있어하게 생겼다고 꼬집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골프 인구 많아 다행이야. 너도 골프 나도 골프 좋든 싫든 다 따라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래도 아웃도어에서 사교적으로 레크레이션 하는 편이 집에 혼자 앉아 게임기 만지작 하는 것보다는 심신 건강에 훨씬 도움된다 생각하는 바 입니다.

아래 표는 중장년층의 미디어 시청 시간 변동 추이. 짙은 빨강의 소셜 미디어에 대한 소비 시간 증가가 확연히 보입니다. 백해 무익한 페이스북, 인스타 그램, 틱톡을 우리 이모 고모 삼촌 어무이 아버지들이 무료한 날들을 달래며 보고 있기에 캄보디아 사기단 두목 첸즈 회장이 옳거니, 우리 외로운 늙은이들 가짜 애인이나 만들어줘야겠다는 비지니스 아이디어를 내어 로맨스 스캠으로 돈을 쓸어담았다 하지 않습니까. 올 겨울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릴 때, 아버님 스마트 폰에서 앱들 다 지우고 대신 진짜 애인 만들어 드리세요. 엄한 데서 돈 새게 하지 말고.

오늘은 모바일 폰과 소셜 미디어 얘기를 하고 있으니, 내친 김에 어느 앱이 어느 연령 층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는지 좀 더 보기로 합니다. 아래 표는 미국의 경우. 중고생은 틱톡, 대학생은 틱톡과 인스타, 여기에 유튜브는 거의 전 연령대에세 골고루 시청되고 있네요. 한편 페이스북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내 또래와 그 윗 세대들에게 인기 많고요. 나 이런 말 하면 구독자 몇 명 떨어져 나가겠지만, 이해 못하겠어, 그 인스타 갬성 🙃

위 그래프가 시사하는 바를 좀 더 들여다 보기로. 인구 통계 학자들이 희한하게 여기는 동아시아 국가 도자기형 인구 피라미드와는 달리, 미국은 아직 젊은 층과 유소년 층이 탄탄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단 말이지. 그래서 이들이 소비하는 틱톡 시청시간은 광고주들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합니다. 트럼프가 이번에 틱톡을 살려낸 것도 이 미디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다분함을 이코노미스트는 실눈뜨고 보고 있습니다.
와 근데 또 미안해 젊은 세대 들아, 나는 틱톡 앱 깔려 있지도 않아서 뭐가 그리 볼 거이 많은가 궁금하기도 하니, 아래 표를 통해 학습하기로 합니다.

ㅎㅎ 립싱크가 일등이야. 이 분류에는 #duet도 포함됩니다. 많이들 봤잖아요. K-PoP 틀어놓고 둘이서 같이 싱크하여 춤추는 거. 그 다음 분류 셀피는 주로 화장법 강의 비디오들요. 한 편 의외로 애기들 비디오가 많이 올라와 있답니다.
오늘 뉴스 클립은 여기까지. 10년 전엔 나도 거의 매일 페북에 포스트 올리고 했었지만, 지금은 유튜브 빼고는 소셜미디어 거의 안 보게 되었고, 핸드폰 자체도 잘 안 들여다볼려고 갖은 애를 다 쓰고 있는 지라(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절대 안 볼려 함. 대신 같이 탄 사람 얼굴 보고 인사 할려고 함) 오늘 뉴스레터 써 내려가는데 자꾸 반감만 드는 것이야. 그런데 사실, 우리가 스스로를 절제만 할 수 있다면, 틱톡의 강렬한 Reel 중력 스크롤에서 어느 순간 탁! 하고 그 무한궤도를 뛰쳐 나올 수만 있다면,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폰은 우리에게 타향만리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의 느슨해진 끈을 탄탄히 잇게 해주고, 과거에는 몇 시간 걸려야 학습할 수 있었던 내용을 알기 쉽게 전해줘서 생활의 편의를 주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 핵심 단어 하나로 정리하자면 equanimity입니다: 침착, 평정, 치우치지 않음(unbiased), 집착하지 않음(no attachment), 중독되지 않음, 내가 지금 유튜브를 30분째 시청하고 있으나 1분후에는 안전벨트 과감히 끊고 탈출할 것임을 잊지 않는 마음.
만일 이 마음 상태로의 전이가 어렵다면 Tim Ferris (4 hours저자)가 추천한 이 영상,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The Root of Sorrow is Attachment by Anthony De Mello 여기 영상 마지막 부분요, 헷갈리지 마세요. No Attachment ≠ Unattachment에요. 집착을 끊는 것이 속세를 등진다는 뜻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