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영웅인가 독재자인가

Is Zelensky a disliked dictator or a popular hero?

몇 주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트럼프하고 JD 밴스(Vance) 만난 자리 있었지요. 외교사에 길이 남을 막말 대잔치로 뉴스가 되었는데 특히 트럼프가 ‘젤렌스키 당신은 코미디언 하다가 어쩌다 대통령된 독재자야’라고 쏘아붙이며 지지율도 형편없고 전쟁 핑계로 선거도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고 마구 인신 공격을 해댔지요.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편이니 아마 이 말 들고 화가 좀 난 듯하오. 그래서 이른바 fact check를 해 봤답니다.

우선 젤렌스키가 대통령 당선 전 코미디언이었거는 맞아요. 둥유럽 사람들은 젤렌스키에 대해 좀 아나봐. 예전 회사 다닐 때 루마니아 출신 동료하고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젤렌스키~ 하면 이게 유명하지, 하며 그의 코미디 퍼포먼스를 얘기해 줬어요. 아래 그림: 손 없이 치는 피아노.

그러나 양복을 입(고 바지를 벗)은 그의 모습보다는 군복 하의에 검은 티셔츠로 국제 무대에 지원을 호소하는 차림새를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오. 면도도 안하고 말이지. 그런 모습 보면 이런 생각 들잖아, 아이고 수염 깎을 시간도 없이, 옷 갈아 입을 틈도 없이 나라를 위해 힘쓰는구나. 아래 표가 우크라이나 국민의 이러한 심정을 대변하는것 같으요. 위에서부터 지지율 / 러시아와의 협상 대표로서의 적임자 / 전쟁 중 선거의 필요성.

여론 조사는 우크라이나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전화걸어서 했대요.

더 볼까요? 아래 표에서도 나타나듯이, 표본 대상 우크라이나 국민은 양아치 트럼프의 괘씸한 미국이 지원 끊더라도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내비치고 있으며, 그리하여 우크라이나는 마침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믿음도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비율의 답변으로, 영토 협상은 종전 회담에서 없을 것이며 군사력을 줄이는 일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네요.

위의 두 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젤렌스키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결사항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필요할 것 아니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가 또 물어봤습니다. 젊은이들 징집해야겠느냐. 이에 50대 이후, 특히 남성 응답자는 애국적인 YES로 응답했으나 실제 징집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그 밑의 연령대에서는 지지 비율이 20%임. 나라를 위하는 것이기 해, 근데 나 자신은 전장에서 죽을지도 모르잖아. 나같애도 선뜻 네! 라고 대답 못하겠다. 거기에 러시아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잖아요. 푸틴이 며칠전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한테 이런말 하더라. 프랑스 니네 군비증강 이딴소리 닥치고, 옛날 나폴레옹이 우리 러시아한테 어떻게 당했는지 잘 기억이나 하시라우!

이번 주 주제 정리하다보니 생각나는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Upheaval (번역판 제목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이라고,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의 저자인 Jared Diamond가 자신의 현지 체험을 토대로 핀란드, 칠레, 인도네시아, 호주, 일본, 독일의 6개국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에 관해 서술한 책이에요.

우크라이나가 꼭 이 책에 소개된 핀란드같어. 러시아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점, 그리고 과거 러시아 제국의 일부분이었고 20세기가 되어서 겨우 독립했다는 점도 비슷하지. 핀란드는 1917년에 독립했으나 20세기 중반 세계 최대의 군사력으로 무장한 러시아의 소비에트 연방 확장에 다시 한 번 나라를 빼앗길 상황에 처하게 되었어요. 당시 핀란드 국민은 우크라이나처럼 항전 의지를 불사르고 형제들이여 가즈아!를 외치며 러시아와 맞섰는데, 핀란드 인구가 얼마인지 아시오? 겨우 500만이네. 이걸로 어떻게 싸움이 되겠어. 책 내용을 기억하자면 이 전쟁을 통해 핀란드 전체 인구의 6분의 1이 죽었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내가 핀란드 국민이면 내 부모 형제 친척 중에 한 명은 전쟁으로 죽었다는 뜻이라고.

작년 파리 올림픽 출전 여자 복싱 선수가 트렌스젠터 상대의 펀치 한 방에 그대로 쓰러졌던 것처럼 핀란드도 이 전쟁 통해 아, 러시아는 우리와 체급이 틀리구나를 깨닫고, 싫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화해와 공존의 이른바 굴욕 외교를 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 후 핀란드는 러시아어에 능한 외교장관을 임명하여 시베리아 호랭이가 으르렁댈 때마다 네에 네에 하며 살살 달래고 구슬리면서 뒷구녕으로는 EU에 가입하는 전략을 썼지요. 2023년에는 마침내 나토에도 가입하게 되자 그때서야 이 깡패들아 뒈져라, 하고 큰 소리를 칠 수가 있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내가 감히 우르라이나 국민에게 던지는 조언은, 러시아를 좋아하는 나라는 없으나, 반면 싫다고 러시아를 이길 수 있는 나라도 (유럽에서는) 없어. 그것이 World Order야. 그리고 이 질서는 아시아 건달 국가 중국을 바다건너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