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이겼으면 하는 마음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거짓말 안 보태고 최근 2년 동안, 호주 국영방송 SBS(한국 채널 아님)의 World News 보면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두 가지 영상 나온다. 하나는 당나귀타고 피난가는 가자(Gaza)지역 팔레스타인 난민들, 또 하나는 러시아에서 날아온 드론 포탄으로 창문 깨져나간 우크라이나 어느 도시. 이 두 뉴스를 방영할 때면 항상 경고가 따른다. “다음 뉴스는 잔인한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는 나도 괴로운데 매일 매일 불안에 떨다 언제고 갑자기 귀를 찢을 듯 울리는 싸이렌 소리에 바로 일어나 가족들 모두 방공호로 대피해 목숨 겨우 부지해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면서, 이 잔인한 전쟁아 빨리 끝나기를, 그리고 21세기에 어찌하여 아직도 민족주의 제국주의를 승냥이떼처럼 울부짖고 있는 시대착오적 망상가 리더들아 빨리 뒈지기를(정은아 니도 포함이다) 기도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가 풍요로워지고 인터넷으로 모두가 연결된 오늘의 세계,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나누고 베풀었으면 하는 성숙한 후기 민주주의 & 자본주의로의 이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트럼프니 시진핑이니, 아르헨티나 전기톱이니 일본 야스쿠니 참배녀니 여기저기서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 같은 인물들이 불쑥 등장하는 걸보면 밀튼 프리드만과 같은 석학이 꿈꾸던 이상적인 정치 경제의 결합은 당분간 일어나기 어려운 모양인가봐요.

오늘 뉴스레터 제목 대로, 나는 이 전쟁, 우크라이나가 이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하나 더 있었어! Sapiens의 저자 (최근에 신간 Nexus로 나왔어요~) 유발 하라리가 9월 27일 Financial Times에 기고문을 냈대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의 진정한 승자라고 (Financial Times 원문을 읽고자 하시면 오호츠크 리포트 발행인 사장님이 도와줄지도 몰라요 - https://55check.com/home). 인구와 군사력으로 가늠해 봤을 때 러시아 측에서 2주일이면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전쟁은 자국 병력 30만명의 인명 손실 속에 아직도 진행중이며, 현재같은 진행상태라면 푸틴이 스스로 계획했던 영토 확장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100년 걸릴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잘 버티고 있어, 우크라이나 화이팅!

그러나 냉정한 시선의 세계 정세 분석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리고 있으요. 내가 요즘 중국어 공부용으로 거의 매일 보다시피하는 어느 대만 시사 채널에서, 현 상황 이렇게 평가합니다.

한자세대 선후배님들아 위 글씨, 멸망(滅亡) 보입니까? 자막 번역하면: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이미 멸망했다” 에이 이넘아 뭐라고 함부로 지껄이냐, 하지 마십쇼. 대만 유수의 TV프로그램 寰宇新聞(환우신문)의 시사 평론가, 칭화대 - 하버드 출신의 蔡正元(채정원) 선생 되시겠습니다….만 국민당(친 중국) 지지자라 서방세계의 관점과 약간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 분 왈,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만회할 기회도 공간도 없으며, 최악의 상황엔 우크라이나 남자 다 죽을 수 있다 합니다. 이 말 상당히 뻥이긴 하다만, 잠시 통계를 봐 봤더니:

우크라이나 인구 3천8백만. 전사자 대략 8만(~10만)
러시아 인구 1억 4천5백만, 거의 우크라이나의 네 배. 전사자는 대략 25만(~30만), 대략 우크라이나의 세 배.

단순 계산으로도 이 전쟁 그대로 가면 우크라이나 남성 씨가 마르겠군요. 거기에 러시아는 북조선 인간방패 부대도 있으며, 와 또 출산율도 봐 봐. 러시아는 전쟁아 나라, 나는 집사람과 여름 한 철 시베리아 별장가서 애기 만들고 온다 하니 방공호에서 손만 잡고 자야하는 우크라이나 백성에 비해 출산율 1.5배로군요.

본 전쟁과 관련하여 이코노미스트에서도 수많은 분석 기사를 냈는데 몇 장의 지도를 통해서 본 두 국가의 역사적 관계가 흥미롭게 읽혀져서 소개합니다.

먼저 아래 첫 번째 지도, 11세기경 러/우 국가의 태동. 우리 세계사 공부할 때 아마 키예프 공국으로 외웠지요? 북쪽에서 내려온 바이킹들이 슬라브족과 동화되어 세운 나라라 합니다. 문화의 근간은 남쪽 비잔틴과 그리스 정교(Orthodox Church)입니다.

그 사이 변방의 현재 벨라루스, 러시아 영토에서 작은 부속국들이 생겨났으나 12세기에 접어들어 몽고 대제국이 여기까지 힘을 미치게 되면서 키예프만 하나의 국가로 남게 되었고, 이러한 상태가 몽골이 쇄락하는 14세기까지 이어지다가, 힘의 공백이 생기자 이 지역 일대는 북서쪽의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 하나, 북동쪽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무스코비국이 하나 생기며, 키예프는 남쪽 스텦기후 지역으로부터 코자크족이 합류, 러시아와는 분리된 현재의 우크라이나 민족의 원형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17세기 이후로의 러시아 팽창은 우리도 잘 아는 표토르(Peter) 대제, 예카테리나(Catherine II) 여제의 활약으로 국토가 어마무시하게 늘어나, 그들의 로마노프 왕조가 망해 레닌 & 볼세비키가 주도한 공산혁명으로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는 1914년 아래 지도에서도 거의 전세계 20%에 달하는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크라이나는 표토르 대제 시절, 이미 러시아 연방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중반 냉전시대의 지도가 하나 더 있는데 이거는 넘어가고, 우리 세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고르바쵸프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개혁, 개방) 시절 20세기 후반 지도를 보기로 합니다. 1991년 소련, 베를린 장벽도 무너지고 했으니 그래 니네 연방국민들아 독립을 허(許)하마, 하여 동유럽 신생 독립국들이 민주주의 태동기를 맞게 되잖아요. 우크라이나도 그 때 비로소 다시 지도책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푸틴이는 바로 이 지도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요. 왜 왜 왜, 대제국 러시아가 우리의 살점 일부를 동유럽과 무슨무슨 스탄 컨츄리들에게 찢어줘야 하느냐. 이 역사를 되돌릴려고 푸틴이가 전쟁의 명분을 만든것이죠: 우리는 하나였다고!

참고로 그 후, 21세로 들어오면서 우크라이나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가 겪는 대혼란의 연속을 겪게 되고, 2014년 오렌지 혁명을 거치며 친 서방으로 좌향좌하니 푸틴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격노, 에라이 모르겠다 질르자, 하여 돈바스와 크리미아에 군대를 진격시키게 되는 것이죠.

서방세계에 대한 푸틴의 편집광적 증오는 아래 지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겠습니다. 뭐 틈만 보였다 하면 시도때도 없이 쏴대는구만. 에너지, 통신, 교통, 군대, 기반 시설, 심지어 해저케이블까지, 니네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 EU, 이 나치 파시스트 정권들아, 내가 상어 이빨로 저 바다 밑바탁 광섬유 통신줄 다 깨물어버릴테다 앙~, 이러고 있는 상황.

마지막으로, 서방세계로부터 고립된 러시아, 우리는 우리끼리 잘 놀겠다고 유러비전 송 컨테스트의 짝퉁판인 인테르비죤 콘테스트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슬라브족 산골 처녀복장을 한 가수들이 등장하고 있군요, 아래 사진. 와 여기에 또 한 몇십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네 놀랍다: 중국, 베트남, 브라질, 중동 국가들, 베네주엘라, 인도도 온대요. 이리하여 2025년 추석은 어느때보다도 더 갈라진 세계가 보름달 향해 각자의 이념적, 실리적 영역 확대를 두손모아 빌고 있겠군요. For Koreans living in-county and overseas nonetheless, have a happy Mid Autumn festi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