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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과 서울병과 리자이밍
방중 외교의 대만적 평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우리는 가난했으나 근면과 성실로 부를 이룬 가정에서 자라났으며, 이공대 출신이지만 사회 문제에도 관심 많아 자유와 평등에 대한 우리의 이상을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도모하려는 자세, 그리고 한 편으로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뿌리를 잃지않고 우리의 근간인 유교적 가치관을 존중하고 계승하겠다는 방향성에 있어서도 많이 닮았다.
동반자적 관계를 꿈꾸던 이상적인 사랑은, 그러나 언젠가부터 균열의 조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게, 여자가 우리 형을 알고지내게 되면서부터 우리 사이가 삐꺽하는걸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형은 나와는 아주 다른 사람이다. 체구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자기 주장이 강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독선적이라는 말을 종종 들으며, 문제 해결 방법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필요시 폭력과 위협을 사용하기도 하므로 성인이 된 후, 서로 불편한 관계를 피하려고 형과 나는 명절 때 아니면 말을 트지 않고 있는데 올 명절때 결국 알게 된 것이다. 여자의 마음이 형한테 이미 기울었음을.
사실 형은 성격에 결함이 있긴 하지만 머리가 영특하고, 내가 나무를 본다면 형은 숲을 보는 격이랄까, 처음엔 고생 좀 했는데 이제는 나보다도 더 수입이 좋은 것 같다. 여기에 보태어 정말 억울한 부분이, 우리 부모님께서 돌아가실 때 형한테 거의 재산을 다 물려줘버린거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형님 땅 안 밟고는 어느 도시 못 지나간다는 얘기도 틀리다고 못할 정도라. 욕심쟁이 형은 한 술 더 떠서, 가끔 술 먹고는 나한테 거는 전화에서 ‘니 자꾸 까불면 애들 풀어서 니 앞으로 물려준 부모님 재산도 다 압수해버린다’ 라고 근거도 없는 엄포를 부린다.
여자가 이런 몰상식 인간 우리 형에게 마음을 돌리는 건 정말 야속하고 속물적이다 생각되며, 가슴아프다 못해 괘씸한데, 최근엔 아예 공개 석상에서 오직 형만을 바라보고 있음을 떠벌리고 다닌다고 들었다. 인터넷 찾아보니 사진도 나돌더라. 아, 공개하기 싫지만 하도 얘기들이 많길래 여기 붙여 놓는다. 좀 쑥스러우니 글 제일 아래에서 세 번째, 누가 카메라 들고 찍어 준 사진 보시길.
미니 소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네, 제 이름은 타이완이고 나의 연인은 한궈(韩国), 우리 형은 중궈(中国)였어요.
지난 주 이재명 대통령 중국 방문으로 대만이 삐졌어요. 이재명 in China 왈: 하나의 중국 지지합니다~ 라잖아. 아이 서운해, 그래도 동북아 민주 진영의 동반자로 니들이 새마을 운동할때 우리도 장개석 압박 통금 정치하여 경제발전 앞서네 뒤치네하며 여기까지 달려왔잖아. 니들이 반도체 만들겠다 할 때 우리도 국가주도로 큰 업체 하나 세워 선의의 경쟁 하고 있잖아. 그런데 작년부터 맘에 안 들더라 그 리짜이밍(李在明)총통 취임후 대륙으로 좌향좌 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아예 우리를 대만이라 안 부르고 Chinese Taipei라 하더라. 니네 나라 수도 서울(首尔)을 한성(汉城: 여기서 汉은 漢나라 즉 중국)이라 부르면 기분 좋겠냐. 이 심정을 담아담아, 아래의 중국 미디어 Mirrow(鏡) TV사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경전전구(Jing Zhuan Quan Qiu: 鏡轉全球)가 분노의 취재를 실었는데, 내용은 뒤로 하고 일단 여자 아나운서의 불같은 눈초리 보시길: 왜, 화났어 / 아니 / 에이, 화났잖아 / 아니라고! / … / 진짜, 몰라서 묻는거야 / … 아니 … 그게 … / 내가 왜 화났는지 진짜 모르겠냐고, 의 표정이네요 ㅎㅎㅎ 참고로 노란색 자막: 남한, 중국 의존에 인(瘾)이 박혀 병자됨. 원화 폭락으로 국가 위기.

Mirror TV가 대만 독립 부르짖는 민진당(民进党)쪽이라 중국 미워미워 계열의 편파 취재를 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여러 각도에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와 방영분 캡쳐 몇 개 더 올립니다. 아래는 ‘일본 반면교사, 한국도 잃어버린 몇 십년 시작되나’의 표 입니다.

다음 표. 환율 큰일 났어요! 한국, 1500미만 사수를 위해 각 부처간 긴급 조율.

마지막으로, 한국은행 리창용 총재의 경고: ‘이러다가 2040년에 성장률 제로된다’

하여 Mirror TV가 내린 결론은 한국병 이랍니다. 몇 달 전 중화권 미디어에서 한국 유학간 소녀들이 귀국 앞두고 아름다운 서울 거리 못 잊겠어요 눈물 찔끔하며 올리던 쇼츠에 붙은 감상적 한국병(서울병 이라고 알려짐) 아니고요.

근데 사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중국 방문을 두고는 대만 매체 대부분이 질투에 가까운 찬사와 부러움을 보내고 있긴 해요. 아래 캡쳐는 다른 방송인데, 한자 몇 개 읽혀지지요?

뭐라는가: 이재명이 (일본)다카이치 총리보다 총명하다.
물론 중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시선 곱지 않습니다. 아래 캡쳐의 자막: 이재명 방중 시진핑 접견. 베이징측 전력 다해 남한 꼬드김. 拉攏이라는 단어 보이지요? 납치할 때 拉, 그리고 농락할 때 攏입니다.

또 뭐라고들 하는가.
시진핑: “남한은 일본 군국주의에 항거,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뤄내고 동북아 평화에 기여한 점이 중국과의 공통된 점”
이에 이재명, 공동 항일 역사관에 호응하여 “하나의 중국 지지. 올해는 한중관계 회복의 원년”

다음 주에 대통령님 일본 출장 간다메요. 다카이치 여사 삐졌겠어요. 이에 우리나라 국가안보실에서는 공동 항일이라는 말 까지는 한 적 없다 합니다.
한 편, 대만 시사 토론 패널들은 핵 잠수함 건조에 관해서도 한 마디씩 합디다. 미국 승인 받고, 중국한테도 일단 언질을 주어 우리 핵 태운다 얘기까지 꺼냈는데 큰 반발 없더라. 한국 외교의 승리. 만일 다카이치 여사가 이런 말 했다, 그라믄 한자성어로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군요: 천하대란을 면치 못할지어니!!

자 그믄 마지막으로, 서두에 얘고 드렸던 문제의 사진, 여깄습니다.

자막 해석해 드리지요: 이재명, 자청하여 시진핑 부부와 셀피 촬영. 기분 흡족해진 시진핑, 평소에 거의 볼 수 없었던 희토류 곰탱이 웃음 노출.
이 사진을 놓고 대만 패널들이 야~ 리짜이밍 센스 있다. 총명하네, 이구동성으로 부러움 담긴 감회를 피력했습니다.
에필로그
대만 시사 프로그램 보면 한가지 웃긴점이, 방송에서 자기 얘기 끝나면 다른 사람 발설은 경청도 안 하네. 또 그게 고스란히 방송 나갑니다. 아래 화면 보시오.

가운데 앉은 시사 평론가 채정원(蔡正元) 선생, 남들 얘기하는데 핸드폰 쳐다보고 앉아있네. 집사람 한테서 메세지 왔나봐: ‘여봉~ 방송 끝나고 올때 딘타이펑에서 물만두 세 알 사오세요. 워아아니~’
P.S. 이번 호 뉴스레터의 웹버전을 올리는데 표지 사진이 필요해 ChatGPT한테 내 소설 읽히고 그에 맞는 삽화를 그려달라 했더니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왔어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