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 소울 푸드

Michellin and Dr. Rosling

그동안 경제얘기만 주로 했잖아요. 유동성, 재정 수지, 생산량 통계 등등, 뉴스레터 받는 일부 지인들에게는 외계인 언어로 들리는 모양이에요. 케빈아 내용 개어려워.

알았어. 이번 호는 의식주 특집, 미쉐린으로! 우선 아래 표부터.

미쉐린 스타 세 개 레스토랑 분포도입니다. 미쉐린이 프랑스 브랜드이다보니 분자요리 프렌지 다이닝이 30개로 제일 많네요. 그 다음이 일본 20개. 중화권 (홍싱중대 & 마카오) + 태국 제외하면 스페인 이태리 등 유럽 국가가 대부분이네요. 미안, 우리나라는 아직 없어. 토속촌 삼계탕과 욕쟁이 할머니들 좀 더 분발하셔야 되겠어요. (이 글 쓰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우리나라도 쓰리스타가 하나 있었는데 폐업했다 하네).

기사에 따르면 미쉐린 창업자인 두 형제는 100년전 눈사람 로고의 타이어를 팔기 시작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장돌뱅이처럼 떠돌게 되는데 장거리 운전자들이 맛집을 잘 알 것 아니겠어요. 그걸 수집해서 만들기 시작한것이 이 가이드래요 (그러니까 출발은 기사식당 가이드였던 것이지). 현재 전세계 1200만개의 레스토랑 중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 올린 곳은 3647개로 0.03%. 아 그러고 보니까 지난 번 한국 출장 갔을때 나보다 한국 맛집을 더 잘 알던 우리 일본 영업대표가 광장시장 골목탱이로 어디어디 찾아 들어가더니 육회 비빔밥집을 가리키는거야. 거기에 떡하니 미쉐린 원스타, 박혀있더라고. 당연히 그 집 앞에는 미치꼬 사치꼬 미야꼬 아끼꼬 오야꼬 여사들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긴 행렬을 이루며 자기들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다시 표로 돌아가, 위의 표는 미쉐린 쓰리스타였고, 원스타 두스타는 어떤지 함 보까요?

전체적으로 여전히 유럽이 절반 이상이네. 근데 제일 밑에 Bib Gourmand섹션 보이죠? 여기는 어라, 아시아가 좀 넓어. 이 섹션은 싸고 저렴하면서 맛은 미쉐린 스타급인 맛집들, 특히 동남아 스트리트 푸드집들에 점수를 후하게 줘서 멕시코, 태국, 베트남 등의 국가가 상당수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아, 말레시아 / 싱가폴의 hawker center에 즐비한 5000원짜리 호낀(Hokkien)누들하고 비훈(米粉 말 그대로 쌀국수인데 볶은거) 요런것들도 들어가겠구나!

사실 나는 미각이 별로 발달하지 않아서 배고프면 아무거나 줏어먹고, 해외 여행가도 어디 맛있더라 하는 고메(gourmet) 투어에는 소질이 없어 미식가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여기서 끝입니다. 아, 참고로 미쉐린의 본업 타이어 사업은 엊그제 대만 중국어 채널 보도를 보니 사업장 앞에서 노조원들이 죄없는 타이어를 태우고 있더군요. 짱깨 싸구려 타이어들땜에 우리 장사 못해먹겠다고 ㅠㅠ.

BOOK REVIEW

푸드 얘기 나왔으니까 마음의 양식, Soul Food 얘기도 좀 해 봅시다. 올 초에 감명깊에 읽은 책 하나 소개하면서 마칠라고.

서점 기웃기웃 하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이오. 빌 게이츠가 (그의 이혼녀와 함께)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면서 아프리카 바이러스 퇴치, 식수 보급, 면역력 향상 등을 외치고 있잖아요. 재단의 일과 관련하여 그 분이 추천했던 두 권의 책이 기억나는데 저자중 한 분은 Steven Pinker (저서 Enlightenment Now)이고 다른 한 분이 오늘 소개할 Hans Rosling (대표 저서 Factfulness)이오. 둘 다 인류의 미래에 관해 낙관론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데 Steven Pinker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으나 ChatGPT에 따르면 이 분은 폭력 감소로 인해 과거보다 우리는 더 평화롭게 살고 있다는 이론을 펴고 있고, Hans Rosling은 스웨덴 출신의 질병의학 박사로 젋은 시절 모잠비크에 자청하여 다년간 거주하며 질병 퇴치에 크게 기여한 후, 본국으로 돌아와 통계적 분석을 도입해 20세기 후반부터 인류는 질병 예방면에서 큰 진보를 이루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 How I Learned to Understand the World 는 이상하게도 국내에 번역본이 안 나와있어, 나는 격하게 감명 받았는데! 그의 다른 저서 Factfulness가, 안 읽어봤지만 아마도 통계에 기반해 그의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었다면 이 책은 자신이 2023년인가 임종을 앞두고 담담하게 인생을 정리하여 써내려간 자서전 격으로, 그가 태어난 20세기 초중반의 스웨덴은 난방 같은 거 따로 없어서 산에 올라 나무 해가지고 오고, 물도 잘 안 나오는 상황이라 매일 씻지도 못하고, 가족 중에 대학교 가게된 사람은 본인 뿐인, 그래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복지 천국 북유럽의 모습을 갖추기 이전의 열악한 모습으로 묘사되어있어요. 저자는 그러나 의사 면허 취득후 모잠비크에서 경험한 지구상 최빈국의 처참한 의료 상태를 경험하면서, 낙후된 의료 시스템을 발전시키는데 의사로서 어떠한 사명감과 자세로 현지의 생활을 대하였는지, 또한 본인이 자란 스웨덴에서의 환경은 여기에 비할때 얼마나 복받은 것이었는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고하고 있으니,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나는 그 후 며칠 간의 여운 속에 일상 생활 중, 복음 말씀처럼 다가온 그의 메세지를 어떻게 체화할 것인가를 놓고 깊은 생각에 잠겼었음을 보고합니다. 나의 독서 SNS 사이트 goodreads.com에는 주저없이 별 다섯개를 줬고요.

이 분 스웨덴 사람이고 책은 영어로 번역되었으니 그리 어려운 내용 아니에요. 주말에 교보문고나 기노쿠니야, DYMOCKS, 반스앤 노블 갈 예정 있으면 한 번 이 책 진열되어 있나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