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엔 회전목마를

Books you may want to read during the holidays

원래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엔 연말 특집으로 ‘올 해를 빛낸 국가들’편이 실렸었는데 이와 함께 소설/비소설 베스트셀러도 함께 게재되어, 마침 이번 주에 내가 완독한 책도 있고 해서 이번 뉴스레터 주제는 책 리뷰가 되겠습니다!

우선 이코노미스트 발표부터 들어보지요. 먼저 논픽션부문 베스트 5.

  • Autrocracy, Inc. - Anne Applebaum

  • Nexus - Yuval Noah Harari

  • Spycraft - Nadine Akkerman, Pete Langman

  • Kingmaker - Sonia Purnell

  • Haunted Woods - Roger P. Mills

유발 하라리가 오랜 침묵을 깨고 드디어 신간을 발매했어요! 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이후로, 그는 간간이 TV인터뷰나 신문 기고등을 통해 AI가 불러올 재앙적 변화에 우려를 표시하곤 했는데 이번 신간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어떻게하면 인류 파멸을 막을 수 있을까를 역설한 것 같어요, 특히 그의 종교적 소견인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내년에 꼭 사서 볼 것이나 만일 누구든 나보다 먼저 읽게되면 내용 어떠했노라고 얘기좀 해줘요.

자 그럼 계속해서 소설부문 베스트 5.

  • The Safekeep - Yael van der Wouden

  • Hum - Helen Phillips

  • Intermezzo - Sally Rooney

  • Mania - Lionel Shriver

  • James - Percival Everett

이 중에서 James와 Intermezzo를 이코노미스트가 밀어주고 있는 느낌인데, James는 허클베리핀 소설에 나오는 흑인 노예 Jim의 관점에서 본 내러티브이고요, 또 한 권 Intermezzo의 저자 샐리 루니! 이 분 얘기를 좀 하고 싶어요. 그녀의 전작 Normal People이 몇 달 전에 잡지에 소개되어 읽은 적 있는데 이 천재 소설가의 깊이 있으면서도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에 격하게 감동받아 나의 독서 최애 SNS 사이트인 https://www.goodreads.com/review/list/81110019?shelf=read 에 별 다섯 개를 주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Normal People은 소설가 한강이 받았던 Booker Prize의 후보에 선정되었으나 아쉽게 탈락.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나 알아볼려고 구글로 찾아봤더니 책 소개란에 샐리 루니는 밀레니얼 세대의 샐린저래요.

샐린저… 샐린저…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maybe J. D. Salinger 아 아 그 호밀밭의 파수꾼 쓴 사람?

샐리 루니가 왜 샐린저에 비교되는지 알아볼려고, Catcher in the Rye도 읽어봤어요. 1951년에 쓰여진 237페이지짜리 소설이오. 조금만 보태면 거의 100년 전 책이라 주인공의 행동과 말투가 아주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고. 미국인이니 더 말 할 것도 없고. 읽는 내내 워메 이 찌질이 ㅂㅅ 답답하구마, 가슴을 치며 주인공 홀든을 질책하느라 겨우겨우 220페이지 언저리를 넘겼는데, 갑자기 소설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합니다. (이하 스포일러)

겨울 방학을 며칠 앞두고 기숙형 사립 학교에서 퇴학당해 부모에게 된통 혼날까봐 사나흘간 주위를 전전하던 홀든은 아예 집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어디 멀리 일자리나 찾아볼 참으로 방향을 정한 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나이어린 여동생 얼굴 한 번 보고 갈 생각을 한다. 우리 착한 여동생 피비(Phoebe)가 오빠한테 돈도 꿔 줬는데, 그 돈 다 필요없으니 만나서 돈도 돌려주마 하는 생각으로 피비를 동생의 학교 근처에서 기다리던 홀든은 여행 가방을 들고 나타난 어린 여동생을 보고 기겁한다. 동생은, 오빠 가는데 나도 따라갈래 하면서 앙탈을 부리는 것이지요. 난처해진 홀든이 동생을 달래고 보채지만 동생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어요. 그래서 홀든은 알았어 알었어 그럼 안 갈께, 그냥 집으로 돌아갈께, 하고 동생에게 다짐하면서 아직 화가 안 풀린 동생이 좋아할만 한 곳, 동물원으로 향하게 됩니다.

초등학생 어린이가 화를 내면 얼마나 내겠어요. 동물들 구경하면서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 피비에게, 홀든은 피비가 좋아라 하는 회전목마 타자고 제안하고 본인은 멀찌감치 비켜서서 동생을 바라보게 됩니다. 어린 동생이 꼬깃꼬깃 쥐어줬던 용돈과, 철부지 오빠를 겁없이 따라나서겠다는 형재애에 복받쳐 흘러내리는 눈물은 성탄을 며칠 앞두고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회전목마가 돌아가며 가슴뭉클하게 오버랩됩니다.

그제야 이해했다고. 왜 소설 표지에 말이 그려져 있었는지.

두 소설 다 성장통을 겪으며 느끼는 정체성 혼돈, 자아상실과 고립을 주제로 하되 가족간의 사랑, 이성간의 우정을 매개로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보입니다.

참고: 왜 호밀밭의 파수꾼 (Catcher in the Rye)이냐. 주인공 홀든은 자신의 소망으로, 티없이 맑은 어린 아이들이 낭떠러지를 모르고 그리로 달려가고 있을 때 자신은 호밀밭에 숨어 있다가 아이들 낭떠러지도 떨어질까 싶거든 다 구해내겠다, 라는 다짐을 하거든요. 그래서 세기의 명작 속 파수꾼은 이번 성탄에도 아무도 몰래 호밀밭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번 뉴스레터 제목 이해하시겠지요. Ride a Merry-go-round on a Merry Christa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