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 정치의 종말

Lessons from hardships in Canada

지난 주였나,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가 있었다. 기사 읽어보니 2015년 부임이래 10동안이나 총리 자리에 있었네요(와 민주주의 국가 치고는 장기 집권이네). 취임 당시 훈남 총리로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었지.

그는 자유당(Liberal Party)소속으로, 캐나다에서는 좌파로 분류된다. 보수당(Conservative)이 우파. 아래 표에서 보면 미국처럼 Democrat = Red, Republican = Blue로 구분한 것 같지? 표를 보니 21년, 즉 코로나 후반부부터 지지율 추락이 선명이 드러나죠. 도대체 What happened really?

우선 취임 후 그의 정책을 좀 보자면:

  • 이민자 (특히 시리아 난민) 대거 유입: 뭐 호주나 캐나다나, 땅덩어리 크고 인구 적고 노령화 진전되니 이민에 적극적인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요. 우스개 소리로 밴쿠버는 홍쿠버라고 했으요. 홍 = 홍키즈 Honkies = 홍콩 이주자들

  • 마리화나 합법. Lovely!

  • 저소득층 자녀 수당 파격 지원 (매월 70만원 정도, not too bad!)

정책들 중 특히 이민자 대거 유입은 점차 부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우선 넘쳐나는 학생들로 학교가 제대로 학생들 평가를 못하고 에라 모르겠다 너 졸업, 이렇게 학위를 남발했대요.

또 하나, 집 값 폭등. 아래 표에서 보면 지난 10년간 주택 공급량이 거의 재자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집 값이 뛸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코로나 중에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여 이자율이 다들 올라갔지요? 내가 호주 집에 내는 이자율도 원래 2%에서 4%대로 두 배 증가. 캐나다도 마찬가지. 이자율이 올라가니 서민들은 못살아 못살아 우는 소리 내고,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적절히 대응 않고 돈을 덜 풀었다고. 아래 보면 재정적자 폭이 주요 선진국 중 제일 작다.

한 편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에서는 총리야 니네 돈 많은데 우리한테도 돈다발 세례를 좀… 하고 요청하지만 총리는 좃또마때! 의 자세로 존버하고 있는 상황임. 아래 표는 주요 회원 국중 캐나다가 별로 돈 안 내고 있다는 증거.

그리하여 결론은, 총리님아 이제 그만 내려오시고 당분간 우리 캐나다 우향우로 돌진합니다, 의 국면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스트롱맨 트럼프의 등장과 그의 고관세 으름장 등으로 인하여, 캐나다는 총리가 바뀐들 정권이 바뀐들 당분간 앞날이 어두울 것이야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합니다. (이런 점에서 호주는 참말로 복 받았어. 캐나다하고 경제 / 산업구조가 아주 비슷한데 미국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신 주요 무역 상대국이 아시아란 말이지. I know aussies you hate Chinese, but you have to get along, no choie really…) *표의 제목 Moose = 뿔 달린 사슴 Elk

POST-SHANGHAI UPDATES

이번 뉴스레터에도 딱딱한 얘기 말고 제 근황도 좀 전할라고요. 작년 10월에 한 달간 상하이에서 나름 어학연수 했잖아요. 거금 들여 갔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서 지난 달에 중국어 능력 시험을 봤어요. 도쿄 시내 어느 시험장에서.

일본 사람들 중국인 별로 안 좋아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who in the world likes Chinese really) 시험장엔 사람들 꽉꽉 차더라고. 내가 응시한 HSK 6급 시험에도 거의 200명은 온 것 같지.

시험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시간은 듣기 50문항. 내가 이래뵈도 말이야 상하이에 있을 때 니 임마, 그 중국어샘하고 밥도 같이 묵고 술도 같이 묵고 사우나는 같이 안 갔어 했단 말이야. 그런데 듣기 50문항은 진짜로 한 문제도 못 풀었다. 우째 이런 일이.

일단 통과. 두 번째 시간 독해. 뭐 이건 자신 있지. 지문 읽고 답하는 거는 우리 시험의 민족 사지선다(四枝選多)의 달인 한국인이면 별로 어렵지 않게 풀어 낼 수 있다. 다만 문법 오류를 맞춰야 하는 열 문항 정도는 너무너무 어려워 그냥 찍었으요.

마지막 시간 작문. A4지 분량의 지문을 10분간 읽는다. 그 다음 지문은 회수 되고, 수험생은 주어진 원고지에 400자 정도로 지문을 요약하는 것이다. 제한 시간 35분.

상하이에서 선생님과 함께 몇 번 실전 연습을 해 봤어서 요약 작문의 두려움은 적었지만 시험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말이야, 10분 지문 읽기 후 회수와 함께 요이 땅, 쓰기 시작하잖아. 갑자기 사방에서 두두두두 총알 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뭐야 뭐야 둘러봤더니 다들 정신없이 원고지에 요약 내용을 펜으로 눌러 쓰기 시작하는 거지. 기억해 놓은 거 증발되기 전해 하나라도 더 끄적여 놓을려고.

나도 엉겁결에 사람들 따라 하기 시작해, 원고지에 뭐라고 적긴 적었는데 역시 단 한 달 현지 체류 스파르타 연수로 만으로는 400자 원고지가 항저우 호수만큼 망망대해라, 도저히 채울래야 채울 수가 없더군요. 그래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고 늘리고 늘리고 하여, 내용을 대략 이렇게 갈겨 썼습니다. “산골 소녀 양샤오치는 어릴 때 운동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녔으나 부모가 가난하여 울고만 있다가, 훌륭한 교련자와 우리의 위대한 영도자 시진핑 곰돌이 동지의 배려를 듬뿍 받아 파리 올림픽 서핑 종목에 참가하여 최선을 다하였으며, 온 국민의 렬렬한 성원에 힘입어 당당히 4위를 기록하였다. 그녀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대국굴기의 정신을 체화하여 다음 오륜회(올림픽)에 다시 참가할 것이다. 중화 인민 공화국 만세!” 이렇게 하여 딱 396자 채우고 연필 놓았다.

시험장을 나오며, 야 이거 이거 간신히 합격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의 예상은 대략 듣기 40점 읽기 75점 쓰기 65점 이렇게 180점, 즉 평균 60점으로 합격선인 60점에 딱 턱걸이로 붙겠다 싶었다. 성적 발표는 한 달후.

한 달이 지났고, 엊그제 조마조마하며 성적을 확인하였다.

결과: 처참한 패배. 완전히 ㅈ됐다. 듣기야 그렇다 쳐도, 아니 어떻게 읽기가 56점 밖에 안 나왔을까?

나 분명 상하이에서 한 달간 매일 거의 네 다섯시간씩 공부했다고. 정안구(静安区) 도서관에서 늦은 밤까지 모의고사 풀었단 말이야. 문 닫고 나오면서는 차량 드문 도서관 앞길 가도등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음, 이 불빛이 나를 합격의 길로 인도하리라, 자신했다고.

하지만 이 초라한 성적표 받고는 드는 생각이, 내가 정말 거기 있었나? 처자식 내비두고 한 달간 엄한데 가서 돈만 날리고 왔네? 뭐니 이 공허한 느낌. 버스는 지나갔고, 차량도 지나갔고, 불빛은 멀어져 가는데, 너는 어디있었냐고.

그러나 이 글 쓰면서 정리되는 생각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만 더. 올해 연말에 다시 한 번 도전. 하여 나는 일요일 오후 내 방 서재의 책상 앞에서 재수(再修)할 결심을 주먹 불끈 쥐며 다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