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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umdog Millionaire
전세기 타는 인도의 부자들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신 분들은 APAC이나 EMEA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오. APAC = Asia Pacific이고 EMEA = Europe, Middle East & Africa를 말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를 좀 더 확대해 볼까요? 10년 전의 APAC은 일본을 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일컫는 용어였지요. 왜냐, 일본은 덩치나 너무커서 아태지역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 그래서 통계를 흐리게 되네 별도 분류. 그러다가 일본이 고령화와 저출산과 이에 따른 저성장으로 점점 쇠약해지면서 APAC안에 일본을 집어넣어, 요즘에는 APJ라는 용어도 씁니다.
그런데 이 용어도 아마 몇 년내에 바뀔것 같어요. 우선 중국의 급부상은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지요. 싫다 싫어 온동네방네 문제 일으키는 악다구니 외교 일변도이지만 중국 굴기는 이제 이코노미스트에서도 아시아 특파원 뽑을 때 중국 전문가를 우선 순위로 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아냐고? ㅎㅎ 사실 나 지난 해 말에 특파원 지원했었거든. IT 회사생활 재미없으니 남은 여생 대략 50년, 특파원으로 파견해 주신다면 이코노에 뼈를 묻겠습니다, 하고 혈서를 써서 보냈는데 영국은 화장(火葬) 문화라 묻긴 뭘 묻어, 그래서 제 이력서가 반려된 듯 합니다. 내부 사정으로 인한 채용 보류래요... 아마 그 특파원, 중국을 잘 아는 그 누군가가 특채로 뽑혔겠지.
APJ 얘기로 돌아갑니다. 아태지역의 국력과 이에 따른 국가별 매출이 급변하므로 다국적 기업은 이걸 또 몇 개의 sub-region으로 나눕니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일본 밑으로 들어가고요. 중국은 GCG (Great China Group)으로 묶어 CN / HK / TW 이렇게 한 팀, 동남아는 싱가폴 중심의 ASEAN국가들, 그리고 지도 밑으로 더 내려가 우리와는 성격 다른 오만 방자 서양인들 ANZ (AU / NZ)이 한 팀, 마지막으로 좌향좌 선회하여 our favorite curry flavors, 즉 인도 파퀴 방그라 스리랑카 등등이 여기 들어가서 SAARC (South Asian Association for Regional Cooperation)으로 묶습니다. 인도애들은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에 요즘 학을 떼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니네는 떨어져 나가라, 우리 힌두 컬쳐로 대동단결 하겠다는 의지가 세긴 합니다만... 일단 돈 앞에서는 좋든 싫든 하나의 sub-region 되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하여 오늘 주제는 인도입니다. 중국의 규모 만큼은 아니더라도, 성장 속도의 숫자만 보면 주요 국가들 중에서 원탑이지요. 기사에 따르면 아마 올해 중에 일본도 재치고 경제 규모면에서 미/중/독 다음의 위치를 차지하게 될 거라 합니다. 2030년에는 독일도 건너뛰고 3위로 갈 전망이고요. 이게 나름 괄목할 만한 성장인 것이, 21세기 초만 해도 인도는 명함도 못 내밀던 시절이었거든. 일본이 2등이었고 인도는 10등 밖이었대요.
숫자상으로뿐 아니라, 내가 들은 두 건의 귀향 스토리로도 인도는 발전하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두 사람다 싱가포르에 오래 살았어. 하나는 해운업계, 하나는 IT (우리회사)인데 몇 년전에 다들 인도로 돌아왔다고. 월급으로 치면 싱가포르쪽이 월등히 많지만 인도에서는 우선 가족과 친구들과 그들의 익숙한 문화가 기다리고 있잖아: 아~ 형제 자매들아 반가워 손씻고 앉어. 오늘은 머튼(mutton) 카레다. 얼른 난(naan) 찢어먹자. 거기에 생활비도 아직은 저렴하고. 한편, 매년 반올림하면 10%가까이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니 뭄바이, 델리, 방갈로르, 첸나이, 푸네, 아메다바드 같은 도시에 집 하나만 사 둬도 몇 년 뒤면 두 배네.
가파른 성장 속에 한 몫 쥔 사람들은 이미 천문학적인 부를 자랑합니다. 자주 들어보셨지요. 부자집 결혼하면 미국 가수 초대해 집으로 불러 사흘간 먹고 마시고 흡입하고 밤낮으로 파티한다고. 호주에 사는 지인이 인도 복서부 Punjab지방 사람이야. 파키스탄이랑 가까운데 화장 쪼금 진하게하면 이태리 스페인 미인 필 나오는 인종입니다. 키도 크고. 남자들은 터번 두른 사람들 있잖아요. Sihk교도들. 그 지인의 오빠가 몇 년전에 결혼을 했답니다. 비용 8000만원 들었대요. 일단 얘네 식구들은 호주에 살고 있으니 결혼식 참석을 위해 고향으로 종족 대이동. 인도는 아직도 arranged marriage(중매...인데 거의 패밀리간 정략 결혼 스타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가 많으므로 주로 외국에 사는 신랑이 인도 국내의 신부를 데려오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냥 공짜로는 못 데려오지요. Dowry(결혼 지참금) 쥐어줘야 해. 여기서 안 끝나지. 신랑 신부측 형님 동생 삼촌 고모 육촌의 당숙 마을의 원로 뭐 뭐 뭐 해서 18K로 하나씩. 그리고 파티는 기본 3일 하니까 여기에도 돈 붓지요.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아래 표를 보시시요. 월간 전세기 목적지 랭킹. 인도야 니네가 뭐라고 2등이냐 ㅎㅎ

그래도 못 믿겠다고? 자료는 얼마든지 있지. 아래는 지난 2년간 전세기 항로 탑텐. 호주야 부자들 나라니까 그렇다 칩시다. 인도는 아주 신났네 신났어. 참고로 인도 1인당 소득은 호주의 10분의 1도 안됩니다만, 인도 부자들 서로 돈쭐을 내줄려고 안달이 난 것은 지도보면 바로 알겠어요.

잠깐, 중국은 어디갔어? 중국 부자들도 인도 못지않잖아. 아까 위의 월간 전세기 목적지 랭킹 차트 다시 보면 중국이 2020년초까지는 인도와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슬금슬금 꼬리를 내리고 있는게 보이지요. 사실 중국 부자들도 기회만 보인다 싶으면 바로 마당 앞에 비행기 띄울 기세는 등등합니다만 우리 동아시아 정서가 그렇게 가만 안 놔두잖아. 겸허의 자세 / 절약과 저축만이 살 길이다 /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메. 특히 코로나때 이동 전면 차단한 것이 중국 전세기 수요 급감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큽니다.
중국과 인도의 부자들이 전세기 구매하는 이유와 방법도 서로 차이가 큰데, 중국의 경우는 과시형이라면 인도는 실속형이라고. 중국 예를 듭니다. 나쁜 놈, 골프장에 내 비행기보다 더 큰 거 몰고 나왔어. 한 소리 들었다. "허허 왕 경리, 그 프로펠러 두 개짜리로 어찌 천하를 호령하겠소. 같이 라운딩 돌기 거북하니 그 길로 돌아가 황허강 싼샤댐 바라보고 돌이나 던지시오.”
인도 사람도 재산 과시하는데 지지는 않지만 국가가 아직 저 저 저개발 국가라 멀리 이동하려면 철도 느리고 상용 비행기 탑승은 미어터지니 고속철로 한두시간 걸릴 거리도 어쩔 수 없이 자가용 비행기 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인도 항공 운영 연합회의 증언: “인도 아무 공항이나, 라운지 함 가 보시게. 이미 500명이 신용카드 들고 웨이팅 중이라오.”
아래 표도 흥미롭습니다: 인도인 들이여 private jet타고 기내식 준비할려 했더니 벌써 도착했다네. 그들의 전세기는 두 시간 이상 날지 않습니다. 웬만해서는.

인도 공항 라운지 하니까 나도 떠오르는 추억 하나 있어. 첸나이 공항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시간 많이 남아서 라운지 들어갔어요. 아시아나인가 ANA인가 탑승 예정이라 Star Alliance계열 라운지 찾았는데 뭐 한참 돌아다녀도 안보이는 거야. 알고보니 저 쪽 모서리에 분식집 같이 생긴 코너가 라운지래요. 들어 갔는데 뭐 거짓말 안 보태고 무궁화호 통일호 대합실이네. 와 인터넷에 뜬 아래 사진은 그나마 잘 나왔어. 저 뒤에 냉장고 보이지요? 그거 문 제대로 안 닫혀요.

그날 따라 날씨가 안 좋았나봐. 스무평 남짓 라운지 공간 한 가운데에 바께스가 놓여있더라고. 빗물 받아야지. 아, 그 때 인도인의 창의성에 감탄했어요. 싱가폴 창이 공항에 Jewel 분수가 있다면 첸나이는 천연 빗물 폭포로 맞선다 ㅎㅎ
Jewel 분수는 참고로 이렇게 생겼어요. 안 가보신 분들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서 셀피 찍고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