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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단상: 긴밀한 모녀관계
남친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제목보고 아 이거 지난 번에도 비슷한 내용 했잖아 하실까봐 네 맞어요, 지난 9월 올렸던 MZ세대 자녀들과의 가정내 소통관계를 다뤘던 시리즈 기사 그 두 번째 순서입니다. (지난 번 기사 - https://seoultokyo.beehiiv.com/p/15) 지난 번 기사 주제는 과거 세대보다 행복도(度) 증가한 MZ세대, 그 이유는 다름아닌 ‘대학나온 엄마’였다는 점이었고요, 이번에는 그 엄마와 특히 딸들이 오누이에 가까운 관계가 되기도 하여, 이들을 묶어 하나의 소비 단위로 볼 수도 있겠다는 마케팅 & 경제학적 관점의 기사입니다. 아 그럼 이번 주는 이코노미스트 기사 안 하냐고요? 네 쉴랍니다. 그 뭐 알듯 말듯한 통계자료 그래프 몇 개 띄워놓고 먼 나라 얘기들만 하니 가끔 지루하기도 하잖아 ㅎㅎ.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해가 갈수록 우리와 문화, 외교면에서 관계가 성숙해져가는 일본의 오늘을 잠시 들여다 보기로 합니다. (자료는 닛케이 日経 비지니스에서 참조하였습니다.)
우선 이 표부터.

마케팅 조사기관인 하쿠호도(博報堂) 생활 총연구소에서 조사한 내용입니다. 1994년과 2024년, 30년 간극을 두고 ‘부모와 공통된 취미가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여자의 경우가 압도적이군요. 2024년, 대학나온 엄마들은 이제 다년간의 회사 경험과 거기서 얻어진 인생 노하우 및 (특히) 패션 센스를 딸과 공유합니다. 그래서 쇼핑은 바로 쉽게 공통적 취미가 될 수 있겠네요.
여기서 잠깐, 우리 세대쯤 되면 남자고 여자고 거의 다 대학 진학하는거 아니야, 뭐 새삼스럽게 대학나온 엄마 운운하냐고 물을 수 있는데 전 세계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렇게 다들 대학교 가는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폴, 베트남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만 해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현재 50% 약간 넘습니다. 도쿄 오사카등 대도시야 경쟁 심하니 공부 공부 하지만 지방 도시는 고등학교 나오고 단기 대학가서, 아니면 그와 비스무리한 전문 교육기관 마치고 노인복지사, 간호사 되었네, 그리고 중학생 때 동급생과 결혼해 애들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시아와세~(幸せ〜 I am happy)의 분위기가 좀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일본은 다른나라에서 전쟁을 일으켰으면 일으켰지, 자국내 동족상잔의 피비린내나는 대규모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외침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무이 아부지 할아부지 그 위의 증조 고조 위로 위로 무덤 헤치고 파묘하여 헤이안 시대부터 가업으로 물려받은, 예를 들어 쿄토의 14대손 식칼 제조 구멍가게와 같은 패밀리 비지니스가 몇 백년간 이어오기도 합니다. 아, 이 얘기 하니까 생각났어. 3년 전에 위빠사나(Vipassana) 명상 3일짜리 코스를 지바(千葉 Chiba) 근처의 어느 산 속 명상원에서 수행할 때였는데 다 끝나고 사람들이랑 드디어 서로 입 트고 말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죠. 와 너 내 옆에서 3일 동안 숨소리 참 크게 내더라, 이런 얘기들 하면서. 그 중 한 명이 대머리야. 아자씨, 아자씨는 나이도 어린게 왜 대머리 인가요, 물어봤더니 와따시 데스네, 요 옆 절간 주지스님의 아들 동자승 이므니다, 하더다. 이 명상 코스 끝나면 돌아가서 법당 암투 정리하고 2대째인지 3대째인지 사찰 주지로 들어 앉을 기세였어요. 이 나라는 뭐든지 대물림이구마.
표 하나 더 봅니다.

소비 카테코리별로 영향을 준 사람: 부모, 친구, 인플루언서, 또는 커뮤니티. 오렌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다른 그룹에 비해 부모로부터의 영향 가장 큰 항목들인데요 다섯 개 보이지요? 위에서부터 번역하면 식품, 음료, 술이 37% / 교육, 학습 30.4% / 정보기기 (컴퓨터, 타브렛또 등) 26.2% / 차, 오토바이가 24.3% / 여행이 31% 입니다.
지난 번 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통계 표보다 실제 채팅 내용 공개한 부분이 더 진솔하게 와 닿더라. 이번에도 몇 개 나와 소개합니다. 사연 1: (오른쪽) 성형 고민 딸을 상담해 주는 엄마 (왼쪽)

딸: 눈 크게 만들고파 앙 앙 앙
엄마: 성형할래? 한국에서
딸: 오! 하고는 싶은데 무서웡. 근데 그건 왜 물어
엄마: 한국은 미용대국
딸: 맞긴 맞어. 한국은 성형 값 싸겠지
엄마: 한국 가자!
딸: 어, 진짜?
엄마: 가고싶어
딸: ㅎㅎㅎ그럼 가는김에 트와이스 라이브도 같이 봐용!
재밌죠? 한국은 미용대국이래 ㅎㅎㅎ. 이번엔 조금 더 깊은 얘기 사연. 짧긴 한데.

엄마: 피임약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말기! 남친도 당연 포함
딸: ㅇㅇ 중요한 일이니까!!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본 내용이에요. 알았어 괜찮아요!
엄마: 시간내서 피임 진료 가 봐
이렇게 하여 딸과 엄마는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여행도 같이, 쇼핑도 같이, 고민 해결도 같이.
닛케이 비지니스 기사는 여기까지고요. 이번 호 일본 관련 특집이니 최근에 도서관에서 찍어 둔 몇 몇 관련 자료들 함께 소개합니다. 먼저 아래 표는 재직중인 사원들이 추천하는 기업 랭킹. 1위 부터: 미쯔이 물산 / Cisco / SAP Japan / American Express Japan / Indeed Japan(구인구직) / 미쯔비시 레지던스(부동산) / 미쯔비시 상사 / 덴쯔(電通) 종합 연구소 (Marketing) / 넷또프로텍숀즈(지불 결제 시스템) / 덴쯔(電通) / Google / 원 캐리어(구인구직) / BeeX(클라우드 소프트웨어) / 마루베니 / 아지노모토(식품) / 스미토모 상사 / Apple / 도쿄건물 (부동산) / Sony Group / Recuit Management Solutions. 외국 기업 이름은 다 아실테고. 기술 중심이네요. 그리고 빨간색이 종합상사들. 우리나라로 치면 예전 80-90년대 전세계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돈 되는 건 다 팔아~ 삼성물산, 대우 인터네셔널 같은 회사입니다. 참고로 아래 표 오른 편의 코멘트를 읽어보면 자유 / 도전 / Motivation / Teamwork / 평등한 기업문화 / Openness / 투명성 / 애사심 / Mission-driven / 인종 다양성 (Diversity) / 인재 육성 / 장기적 마인드 / Communication과 같은 키워드들이 보입니다.

자료 하나 더. 아마 동아시아 남자들은 한 번씩 다 봤을 것이오. 시마 코사쿠 만화 있잖아요. 시마 과장, 시마 부장, 시마 이사, 시마 사장, 시마 회장, 시마 고문. 이 만화는 1983년도 부터 연재를 시작, 본 기사가 닛케이 비지니스에 나온 11월 17일 현재, 아직도 진행중이라 합니다. 지금은 시마 코사쿠의 입사이전, 어린 시절 이야기. 즉 시마 대학생, 시마 중고생, 시마 초등학생, 시마 유치원생, 시마 아기, 시마 올챙이 등등.

읽은 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길래 나무위키를 통해 내용 알아봤더니 한국인의 관점에서 논한 평이라 일본 우익 꼰대 호색한의 일대기 정도로 서술되어 있는데 다른 건 다 접어두고라도 이 만화의 집필자 히로카네 켄시(弘兼憲史)상이 40년 이상 쉬지 않고 스토리를 이어왔다는 점,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전 세계의 어느 작가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상 인물의 일대기를 오롯이 그려낼 수 있는가. 초심이 흔들릴 때 마다, 주위에서 이제 그만 접지 그래, 압력 들어올 때 마다, 화실(画室)로 돌아와 엉뎅이 붙이고 한 컷 한 컷씩 앞만 보고 그려왔을 것이잖아요. 이런 국민들이 만든 나라는 노벨상 30개 타고도 남습니다. 참고로 나의 사촌 형님은 지난 번 뵈었을 때, 본인의 작은 방 서재에 이 만화 전집을 고이고이 모셔놓고 시간 날 때 마다 기업체 선배님께 조언 구하듯 만화의 에피소드를 일독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