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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장미 한 송이 on the table
대신 아이폰과 캔맥주 on the sofa
Days of Wine and Roses라고, 재즈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마 한 번씩 들어보셨을 재즈 스탠더드 넘버가 있다. 내가 2010년부터 10여년 간 재즈 공부하러 다녔을 때, 이 곡은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연주했을 거야. 자투리 상식입니다만 재즈 스탠더드 대략 1000곡 중 가사가 있는 곡은 아마 절반 안 될걸? 이 노래, 가사가 있긴 한데 나는 기타 파트에만 충실하느라 내용을 모르겠고요, 사실 기억하고 싶어도 핑계이긴 하나 이 노래 재즈세션때 포함시키면 대부분 여자 보컬리스트가 저요 저요 손들고 무대에 올라 열창하므로 가사가 귀에 박혀야 합니다만 쏘~리, 일본 분들 발음이 워메 당췌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데이즈 오부 와인 안도 로우지-즈 스고이~ 🤩 몇몇은 그래도 출중한 영어구사력으로 무대를 휘어잡기도 했지, 아래의 이즈미상 처럼. 이 분, 대부분의 여성 보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음악 지식 없으니 악보 못 읽겠어요 쓰미마셍~ 류(類)이지만 아마 노래방 몇 번 갔을 때 주위에서 와~ 아나따(you) 노래 참말 잘한다 소리 듣고 나 소질 있나봐 자각되어, 평소에 재즈라 하면 비오는 어느 저녁 장미 한 송이 꽂혀진 골목 카페 탁자에 앉아 와인 잔 마주하며 듣고 싶은 장르이기에 이 노래 한 번 불러볼까봐, 하여 무대에 올라 혼신을 다해 본인의 특기 허스키 보이스로 남성 고객들 심장 멎게 하리라, 곡을 소화해 냈는데 아쉽게도 아래 사진이 찍혔던 2018년 장마비 내리던 그날엔, 정말 창피한 얘기지만 우리 밴드 공연 최초로 고객이 단 한명도 없었다우 ㅠㅠ. Poor thing Izumi san. 울지마라 위로했을 때, 다이조부, 나 괜찮으니까 다음에 또 올게요, 하며 자리를 뜨던 그 여자는 그 후로 우리에게 더 이상 행방을 알리지 않았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오늘 도서관에 앉아 와인에 관한 기사를 쓰자니 이즈미 the 허스키 보이스가 갑자기 생각이 나고말잖아. Wondering if she is too, still missing the days of singing the songs about wine and roses.

Alright, ladies and gents let's get serious 😎 그래서 오늘 주제는 와인 경제학으로 본 컨템퍼러리 소사이어티입니다.
먼저 아래 표. 와인과 맥주 소비량. 한 눈에 봐도 와인은 소비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통계가 암시하는 사회현상은 뭐겠어요. 우선 와인은 뭐에요. 연인들이, 아니면 절친 몇 명이 저녁시간 느긋하게 식사하면서 곁들이는 술이잖아요. MZ세대들에게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안 맞나봐. 아, 열시네 집에 가서 잘래요, 그리고 엄마가 술 많이 먹으면 암 걸린다 했어요. 위의 표로 돌아가, 수퍼 프리미엄 급은 향후 성장세를 보이니 취향 고급화의 트렌드도 읽혀지긴 합니다만 1인당 소비량은 과거에 비해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있다합니다 (영국의 경우 2000년 소비량에 비해 14% 감소).
비슷한 맥락으로, 와인은 또 뭐에요, 맥주와 달리 혼자서는 잘 안 마시잖아요. 갈수록 증가하는 1인 가구, 혼밥 혼술 인구의 통계가 위의 표를 통해 역시 증명되고 있습니다. 현재 25%의 미국인들은 my darling과 와인 마시는 대신 my phone shorts와 함께 혼자 낄낄거리면서 맥주(maybe non-alcohol) 홀짝거리는 것이지요. 이 추세로라면 2050년에는 35%가 혼밥을 먹게 됩니다.
작년 6월 1일자 뉴스레터(링크 - https://seoultokyo.beehiiv.com/p/can-money-buy-happiness-8ffa) 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Anti-혼밥과 행복도는 대체로 비례합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같은 내용 반복됩니다(편의상 Anti-혼밥 = Meal sharing = 함밥, 즉 합께 밥으로 지칭합니다). 가로축 Meal share 일주일에 몇 번, 그리고 세로축이 인생 만족도. 기사에 따르면 파트너와 같이 사는 것은 규칙적으로 헬스장 가서 운동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장수 효과가 기대되고요, 또 정기적인 가족 방문, 그리고 이건 좀 웃기네, 나 사실 말이야... 이거 너만 알고 있어, 를 고백할 누군가를 두고 있으면 이것도 장수의 첩경이랍니다.

그렇다고 전 세계가 다들 고독한 절주 미식가가 되어 술을 피하는 것 같지는 않군요. 서양 + 동아시아 선진국은 노령화와 저출산의 여파가 음주 소비 문화에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함을, 아래 표의 술 소비량 증가도에서 알 수 있을 것 같어요. 다만 중국은 선진국 아님에도 예외: 코로나때 도시 봉쇄하여 음주 욕구의 씨를 말려놨어요. 그리고 다들 1가구 1자녀들이잖아. 자 이제 코로나 풀렸어 얘들아 술 다시 마셔도 돼, 노올자~ 했지만 그 몇 년 사이, 리얼 월드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다들 방법을 잊어먹었나봐, 표의 통계로 해석하자면. 반면 개발 도상국은 아직 젊은 인구들 많아, 그리고 매일 매일 주머니가 두둑해져가고 있으니 편의점 앞에서 오징어다리에 소주 마실거면 호프집 치맥 정도는 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베트남이 이런 점에서 또 예외인데, 왜 소비량이 줄었는가 모르겄시유.)

이번 호 뉴스레터를 마치며, 떠오르는 단상 두 가지 있어 피력하고자 합니다. 먼저 영국의 MZ세대 얘기: 작년에 오랜만에 만났던 나의 호주 시절 직장 상사 영국 아자씨가 자기 딸 이제 25살 정도 되었는데 운동 매니아래. 남친하고 육상 선수급으로 달리기한 후, 집에 와서 요리해 먹는데 각 재료를 그램 수 재어가면서 넣는다네요. 이거 티스푼 하나, 어 그거는 한 주먹 정도, 이런거 아니고. 술 마실때도 깔때기 달린 비이커에 용량 보면서 마실 참인가봐요.
또 하나 얘기는, 주제와 상반될 수 있는 올드 스타일 문학인데 Caroline Knapp의 Drinking(번역판: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수필집이요. 이번 글 쓰면서 자꾸 생각 나더라고. 알콜중독으로 인해 내로라하는 잡지사의 촉망받는 기자에서 인생 바닥길로 도달하고만 나락의 여정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서술한 고백성사 격 에세이입니다. 저자 캐롤라인은 뉴욕 타임즈 기자였대요. 저명한 심리학자 가정에서 자랐으나 좀 문제가 있었어, 아버지 쪽에. 수필에서는 매일 저녁 누군가와 건배잔을 부딪히지 않고는 못 배기는 본인의 사교적 성격과 더불어 아버지를 둘러싼 가정 문제가 아마도 자신의 알콜중독으로 연결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진단 내리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안타깝더라고. 아, 이 재능 넘치는 젊은 작가야, 알면서도 알면서도 브레이크 제동 걸지 못하고 마침내 정신줄 놓아버렸구나. 인터넷에서 책 설명 검색해보니 부제로 이런 타이틀도 달려 있군요: 술, 내 인생 망치러 온 구원자. 휴일 저녁 넷플릭스 시청에 이제 그만 지쳐버린 당신, 캔 맥주 한잔하시면서 일독해 보시길 권합니다.
